▲ 최초의 학과 점퍼인 하버드 대학의 학과 점퍼

날씨가 쌀쌀할 때 대학가를 지나다보면 각양각색의 ‘과잠’을 볼 수 있다. 이른바 ‘과잠’은 ‘대학 학과별로 맞춰 입는 점퍼’를 의미한다. 다수의 대학생들이 입는 과잠은 왜,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을까? 


 우선 과잠은 지난 1865년 하버드대학교 야구 팀이 입은 유니폼에서 비롯됐다. 이 유니폼은 본래 두꺼운 니트 모양이었으나 1930년대 이후 보온성과 활동성이 뛰어난 점퍼의 형태로 바뀌었다. 당시에는 운동부의 주장만 점퍼에 패치(재킷의 가슴이나 모자 등에 다는 방패 모양의 장식)를 달 수 있었고,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점퍼 앞면에 이름의 이니셜을 새겼다. 

 
 과잠 문화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독재 정치에 반발하는 민주화 운동이 성행하던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였다. 당시 운동권 학생들은 공동체 연대 의식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는 티셔츠를 입었다. 이후 2000년 대에는 서울대학교 럭비부에서 본인들이 럭비부임을 드러내기 위해 이름을 새긴 점퍼를 입기 시작했고 전국 대학가에도 과잠 문화가 확산됐다. 
 
 이때 과잠은 운동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입는 ‘스타디움 스타일(stadium style)’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점퍼 앞면에는 학교의 이니셜을, 뒷면에는 학교와 과의 이름을 적는다. 또한 양팔에는 학교 마크와 학번을 새기며 소매에는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넣기도 한다. 
 
 과잠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학과의 개성을 표현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며 편하게 입을 수 있다. 또 주로 과 학생회에서 공동 구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판 점퍼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학생들은 과잠 입기를 꺼리는 등 학벌주의를 심화하고, 같은 과 학생들 간의 개성은 없앤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또한 학번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의 학번을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어 과잠을 잘 입지 않기도 한다. 이에 대해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익명 이용자는 “아직까지도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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