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단상들이다. 이번 학기 에로스와 아나토스 철학 강의를 듣게 되었고, 고대 사람들의 사랑관에 대해서 공부하며 사랑에 대한 단서들을 모았다. 사랑에 대한 의견들은 분분했다. 사랑에 대해 70퍼센트 정도는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사실 사랑은 여전히 더 짙은 미지의 공간이었다. 사랑은 세계의 모든 것을 은유로 바꾸고, 시인이 아닌 사람도 시인으로 만든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 사랑이라는 마법, 사실은 이 세상에 거짓말처럼 내려온 광대 하나가 퍼뜨린 소문 같은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사랑에 빠지곤 했던 나 자신이 제일 이상하다. 어렸을 때 무모한 첫사랑에 빠진 이후로, 사랑의 슬픔을 덮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랑이 필요했다. 새로운 사랑의 슬픔을 또 덮기 위해서는 그 다음 사랑이 필요했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사랑을 버텨온 것 같다. 마약이나 담배를 끊기 위해서 처음엔 대체 대상이 필요한 것처럼, 한번 사랑의 덫에 빠진 사람은 영원히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그 무엇과도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미 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들어본 적 없는 골목을 들어서는 것 같다. 소문이 퍼지는 것처럼, 깨진 향수에서 속수무책으로 향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사랑에 빠질 것 같으면 언제든지 꼬리를 끊고 달아나고 싶다. 꼬리가 자라나기도 전에 그런 위기는 또 찾아올 테지만 말이다. 다시 꼬리가 자라나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지낼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 사랑으로 나 자신을 잃는 경험을 계속 하려는 수많은 ‘나’인 ‘우리’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사랑은 어떤 것이냐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이 사랑의 형태 속에서 우리에게 당도할 궁극적인 가치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찰나를 영원이라 믿으며 눈앞의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들의 모습이 과연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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