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헌드레드 에이커 숲>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스테디셀러 캐릭터 중 하나인 ‘곰돌이 푸’가 이번에는 실사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어른이 되어 버린 ‘로빈(이완 맥그리거)’과 재회한 곰돌이 푸의 스토리는 오래된 일기장을 다시 펼치듯 추억으로 점철된 관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만 헌드레드 에이커 숲의 친구들은 여전히 그대로인 반면 삶에 찌들어버린 로빈은 어린 시절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의 트라우마를 가진 로빈은 해맑았던 유년기와 달리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집을 가진 인물이다. 그마저도 구조 조정이라는 큰 시련에 쫓기며 명목상의 집에서도 머물기가 힘든 한 가정의 지친 가장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남긴 불황은 로빈에게 회사란 괴물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게 만든다. 산업혁명기의 잿빛 도시 영국은 싱그러웠던 유년기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 어느 곳에서도 위안을 찾지 못하는 로빈에게 쉴 공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생존이라는 삶의 목표를 가진 그에게 곰돌이 푸가 다시 돌아온다. 행복의 척도를 끝없는 일에서부터 찾는 로빈에게 푸는 일상의 행복을 되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방향을 알 수 없는 안개 숲과 같았던 로빈의 마음은 그가 푸에게 나침반을 선물하며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로빈의 마음속에 있던 전쟁의 트라우마, 구조 조정에 대한 압박,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근심이 사라지며 푸의 마을 숲에 다시 로빈이 돌아온다.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라는 푸의 말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로빈에게 일깨운다. 어린 시절처럼 가족과 함께 자연을 돌아보며 행복을 찾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선물한다. 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는 다소 일차원적인 제목과 귀여운 캐릭터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실사 영화로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심을 잃고 훌쩍 커 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선물과 같은 로빈과 푸 친구들의 만남은 영화를 보고 있는 것 자체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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