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고 파랗다. 학교 정문에서부터 전산관에 있는 연구실까지 곧게 올라가다 보면 캠퍼스 전체에 붉게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느껴지곤 한다. 파란 가을 하늘에 울긋불긋 단풍잎으로 물든 캠퍼스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그렇게 가을 경치를 느끼며 오늘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나 생각해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트폭력의 문제가 아닌가. 오늘은 수업시간에 사랑과 이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날이다. 교양수업으로 ‘생활과 법률’을 담당한 이후로 수업시간에 강조하는 내용 중 손에 꼽는 것이 바로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내용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내용들은 빈번하게 등장한다. 데이트폭력의 문제는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민감하고 세심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서로 사랑을 나누다 보면 목소리가 높아지고 불협화음이 이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연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아 화날 때, 연인이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 섭섭할 때, 연인에게 마음처럼 잘해주지 못해 미안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인에게 짜증날 때... 그 상황은 다양하다. 한 시간 남짓의 수업시간으로 데이트폭력의 문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절에 이별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세상 가운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맘껏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우리 숭실 학생들이 많이 아파하지 않고 사랑하면 좋겠다. 설령 이별의 상황이 오더라도 서로의 사랑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서로를 마지막까지 존중하였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현명함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수업은 학생들에게 아주 사랑스러운 연인이 등장하는 노래 한 곡을 들려주며 시작하였다. 오늘 유난히도 가을 하늘이 높고 파랗다. 마음 속 깊이 담고 있는 사람을 그리워하기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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