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오월드 퓨마 탈출사건’은 지난 9월 18일(화) 대전광역시의 동물원인 오월드에서 보유하고 있던 퓨마 중 ‘호롱이’라는 이름의 개체가 퓨마사에서 탈출, 추적 끝에 사살된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온·오프라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말을 쏟아내었다. 어떤 이는 인간의 이기심 충족을 위해 평생 이용만 당한 동물이 인간의 실수로 사살되어 버린 상황에 분노했고, 어떤 이는 포획을 시도하지 않고 사살한 것은 합당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말과 말이 쌓여가는 가운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자유를 박탈하는 동물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이는 사건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동물원 폐지를 요구하는 글로도 옮겨져 수만 명이 넘는 시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대전 오월드 퓨마 탈출사건’은 우리에게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동물원의 열악한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고 ‘인간의 이익(혹은 쾌락)을 위해 동물을 비자연적인 공간에 가둬 한평생 구경거리로 삼아도 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따르면 동물원은 ‘야생동물 등을 보전·증식하거나 그 생태·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허나 동물원이 동물 보호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아직 한 세기도 되지 않는다. 동물원의 역사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희귀한 동물을 잡아다가 우리에 가둬두고 구경한다’라는 개념의 동물원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권력자 개인, 조금 더 쳐줘 봐야 소수 지배계급의 호사를 위해서였으리라 생각되지만 고대 이집트에 진귀한 동물을 사로잡아 기르는 동물원이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대 중국에서는 은나라의 주왕은 온갖 진귀한 짐승을 잡거나 사들여 기르는 개인 동물원을 갖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역사에서도 권력자가 동물원을 만들어 즐겼던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문무왕 14년(674), 궁 안에 못을 파내고 산을 만들어 진기한 새와 기이한 동물을 길렀다’라는 기록이 있다. 경주 안압지 발굴 당시에 수많은 동물 뼈가 출토되었는데 기러기와 꿩, 오리 같은 새들을 비롯해 산양과 노루, 말, 사슴, 개, 멧돼지 같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동물뼈가 나왔으며 이중에는 호랑이와 곰 같은 맹수의 뼈도 있었다고 한다. ‘신기한 볼거리’인 동물들을 모아놓은 동물원을 만든다는 것은 고대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19세기 중반 즈음부터 세계 곳곳에 대중에게 공개된 동물원이 세워졌는데 연구보다는 대중에게 관람을 시키면서 받는 관람료로 상업적 이득을 얻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1828년 영국에서 동물복지 제일주의로 동물학연구와 동물에 관련된 지식을 대중에게 전하는 데 목적을 둔 동물원이 생겼다. 런던 리젠트파크에 세워진 런던동물원을 시작으로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모아놓은 곳’이 아닌 ‘동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쌓아가게 된다. 오늘날 ‘동물원’은 더 이상 단순히 진귀한 동물을 구경하기 위해 가는 곳만은 아니다. 멸종위기종인 동물 개체를 확보해 보호하고, DNA샘플의 공유 혹은 종 보존을 위한 개체 교환 등의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과거 동물원이 ‘오락거리’였다면 오늘의, 또 앞으로의 동물원은 우리가 이 땅에서 동물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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