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채용 확대하겠다는 정부, 대학가는 역차별 논쟁
고졸 채용 확대하겠다는 정부, 대학가는 역차별 논쟁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2.11 12:51
  • 호수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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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금)에 있었던 제1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유은혜 장관은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 방안은 직업계고 혁신을 통해 고졸 취업을 확대하고 고졸재직자의 후학습 역량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안은 현재 50.6%인 직업계고 취업자 비율을 2022년까지 6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책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취업 전)중등직업교육 강화 △(취 업 시)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 및 취업 지원 강화 △(취업 후)고졸 취업 후 사회적 자립 지원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직업계고 체질 개선 추진 △공공부문 고졸 채용 확대 △기업의 고졸 채용 확산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 △고졸 재직자 대학 진학 지원 강화 등이 있다. 이 중 공공부문 고졸 채용 확대를 비판하는 대학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들의 목소리가 크다. 공공부문에서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는 대신 대졸자 채용은 축소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일반 공채와 고졸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전형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역차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고시 학원으로 가득 찬 노량진의 한 건물
고시 학원으로 가득 찬 노량진의 한 건물

  고졸 공무원 늘어날 전망

  공공부문 고졸 채용확대가 시행되며 고졸자 공무원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9급 공무원 고졸자 채용비율이 3배 가량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먼저 국가직 공무원 채용에서 ‘지역인재 9급’ 전형의 비중은 지난해 7.1%에서 2022년 20%까지 확대된다. 지역인재 9급 전형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 및 전문대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 및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에서도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 전형의 비중이 지난해 20%에서 2022년 3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은 자격증 등의 일정 자격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경력경쟁임용’ 전형에 포함된 전형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기술계고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장 추천제 선발전형이다. 또한 공공기관에서도 생명·안전, 현장·기술분야를 중심으로 고졸 채용 목표제를 도입하고 이행 실적을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졸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직 공무원 채용에서 지역인재 9급 전형 선발 인원은 지난해 180명에서 올해 500명 내외로 늘어난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에서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 전형 선발 인원 역시 현재 200명 수준에서 3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는 공공부문에서 먼저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확대하고 다양한 혜택을 지원함으로써 민간기업의 고졸 채용이 확대되기를 기대 하고 있다.

 

  대졸자 역차별 논란… 진화 나선 정부

  대학을 졸업한 공시생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졸자들의 취업 시장이 확대되며 대졸자의 취업 시장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직 공무원의 지역인재 9급 전형 선발 경쟁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겼다. 지역인재 9급 전형의 경쟁률은 도입 첫해 11.9대 1에서 지난해 6.7대 1로 크게 낮아졌다. 대졸자들이 함께 경쟁하는 국가직 공무원 9급 공채 전형은 40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지역인재 9급 전형 경쟁률과 비교하여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졸자 공시생들은 공공부문 채용에서 대졸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낀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유 장관은 지난달 28일(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교육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대졸자 역차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유 장관은 “9급 공채는 고졸 선발이 별도로 분리돼 있고 그 부분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일반 공채 준비생들하고는 전형이 다르니 학생들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는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력과 학벌 중심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전환하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지역인재 9급 전형과 기술계고 경력경쟁임용 전형은 고졸 자만을 별도로 선발하는 전형이므로, 채용 인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9급 공무원 공채 채용 인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또한 공공기관 채용에도 고교 졸업예정자만 응시할 수 있는 별도의 전형이 생길 예정으로 대졸자의 전형과는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해명에도 공시생들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당장 고졸 채용 비중 확대가 일반 공채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무작정 채용 인원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전체 채용 인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수험생의 입장만을 두고 보자면 실질적인 시험 경쟁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 이점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본교 행정학부 우윤석 교수는 “지금도 공무원 시험에서는 고졸 지원자가 상당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고졸 채용 전형으로 전환된다면 실질적인 수 험생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며 “현 정부 추세대 로라면 고졸뿐만 아니라 대졸자를 포함한 공무원 숫자도 계속 늘려나갈 개연성도 있으므로 대졸자 채용 규모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졸자와 대졸자 모두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데 고졸자들에게 취업의 가능성을 확대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공무원 시험은 이미 고졸이면 모두 응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기회의 평등면에서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우 교수는 이러한 역차별 논란에 대해 “고졸자라고 해서 대졸자보다 역량이 모자란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고졸자와 대졸자의 실질적 격차는 부인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에서도 고졸 신입사원에게 부여하려는 업무와 기대하는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서 제시한 주요과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서 제시한 주요과제

  임시방편일 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해...

  지난 2017년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은 62.6%, 2년제 대학 취업률은 69.8%인 반면 고졸 취업률은 50.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졸 이상 학력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8 만 8천 명 증가한 반면 고졸 경제활동인구는 19만 4천 명 감소했다. 이처럼 고졸자 취업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졸부터 대학원 졸업생까지 취업률이 일제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생들을 나쁜 환경의 일자리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비슷하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서도 취업률 60%에 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보니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교조는 “취업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취업률 달성에만 매몰돼 학생들을 더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공공부문 채용에서 단순히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 교수는 “공익에 대한 폭넓은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과 더 오랜 수험기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관련 분야 전공자인 대졸자를 우대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31일(목)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최대 3개월로 축소됐던 현장실습 기간이 6개월로 원상 복귀 됐으며, 실습생을 받는 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졸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비판이 일었고, 발표 현장에서 전교조 등의 단체로 구성된 피켓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교육부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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