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안중근이 순국한 장소가 뤼순 감옥 안에 보존되어 있다.
영웅 안중근이 순국한 장소가 뤼순 감옥 안에 보존되어 있다.

  ‘영웅(英雄)’이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이란 어떤 일일까. 나는 국어사전에 막연하게 정의된 영웅의 뜻에 내 나름의 한 문장을 더해본다. 영웅이란 실의(失意)에 빠진 민족에게 꺼지지 않는 용기를 주어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힘의 발판이 되는 사람이다. 사람마다 영웅을 정의하는 방법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겠지만 나는 영웅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늘 안중근을 떠올린다. 우리의 역사상 외세의 침략을 물리친 난세의 영웅은 많이 있지만 내가 실제로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안중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워온 교과서에서는 안중근을 의사(義士)로 명명하였지만, 그는 스스로를 군인이라 칭하였다. 너무도 유명한 글,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민주화의 함성을 지척의 거리에서 느끼며 살았던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이 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군인의 본분을 망각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목도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가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었던 곳, 안중근 의사께서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까지 <동양평화론>를 집필했던 곳,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으로 죽어나 갔지만 일본인마저 존경하는 영웅의 기개(氣槪)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던 곳, 안중근의 사형이 집행된 ‘뤼순 (旅順)’ 감옥에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도착했다. 뤼순은 아름다운 항구도시지만 내가 도시에 온 이유는 영웅 안중근의 자취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도시를 설명하고 나서 도시에 내재하는 볼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인데, 뤼순은 주객전도가 심해도 정말 심함을 느낀다. 감옥에 도착하는 것으로 도시 이야기를 시작하다니. 그러나 나에게는 뤼순이라는 도시가 ‘영웅 안중근을 기념하는 도시’로 느껴지니 어쩔 수가 없다. 뤼순 감옥이 아니라 ‘안중근 기념관’으로 보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뤼순 감옥은 러시아의 다롄 점령을 항의하는 중국 인들을 잡아 가두기 위해 1902년 건축되었다. 그러나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다롄을 빼앗은 후, 감옥의 규모를 확장했다.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도 일본이 확장한 뤼순 감옥으로 이송되었다. 일본은 언제나 식민지의 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왜 감옥을 증축하였는지 그 이유는 역사가 증명할 것이다. 

  그가 수감되었던 독방과 교수형이 집행되었던 사형장 앞에서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31세의 젊은이가 겪은, 참기 힘든 고통을 넘어 영웅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찬사라고 해야 맞겠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한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에 대한 개념을 뤼순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