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실현할까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 실현할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03.11 00:09
  • 호수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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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 시간은 지난 2016년도와 2017년도에 각각 2,052시간과 2,014시간으로, 이는 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높은 노동 강도이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주일간 총 52시간만 근무하도록 규정해놓은 법안이다. 기존 법안은 법정 근로 52시간과 더불어 1주일에 16시간을 추가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법정 근로와 연장 근무를 모두 더한 시간이 52시간으로 변경됐다. 총 노동 시간으로 보면 68시간이었던 근무 가능 시간이 52시간으로 준 것이다.


  지난해 10월 5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노동 시간 단축에 따른 문화 및 여가생활 변화 실태’에 따르면 직장인 1,2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9%가 노동 시간 단축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자기계발 시간을 갖거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본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7월 22일, 현대백화점에서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강좌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28%p 증가했다. 또한 문화센터는 고객들의 많은 수요를 반영해 저녁 시간대 강좌를 지난해 여름학기 대비 30% 추가 개설했다. 이로써 직장인들은 일을 하면서도 자기만의 시간을 마련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실현하고 있다.
 

  반면 근무가 더 힘들어진 직장인도 있다. 업무 시간은 줄었으나 업무량에는 변화가 없어 업무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38%였고, 특히 대기업 종사자들은 45.3%로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시행과 함께 오후 6시 이전에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셧다운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직장인들은 업무를 집이나 카페로 가져가서 해결하거나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 회사에서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일을 더 해도 추가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없어 월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에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하는 ‘투잡’ 근로자들이 증가했다.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직장인 2,050명에게 ‘직장인 아르바이트 현황’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현재 직장과 병행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18.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0.2%p 증가한 수치다. 또한 아르바이트포털 알바천국에서 현재 주 52시간 근무하는 직장인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퇴근 후 계획이 있는지 설문조사 한 결과 직장인 중 43.4%가 ‘있다’고 밝혔고, 계획 1위는 ‘아르바이트(70.9%)’가 차지했다. 이유는 ‘근로 시간과 함께 줄어든 월급(47.4%)’였다.


  업종마다 다른 업무 특성과 연봉 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제도의 도입도 문제다. IT 및 게임 산업의 경우 제품을 개발하는 마지막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업무가 몰린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안병도 선임연구원은 “게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시차로 인해 국가마다 업데이트 시간이 다르므로 24시간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게임 오류나 서버 불안정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땐, 연장 근로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ICT 업계는 ‘선택적 근로 시간제’의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주당 근무 시간의 평균을 52시간으로 맞추면 일정 기간 동안 필요에 따라 더 적게 일하는 주와 많이 일하는 주를 선택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ICT 업계는 6개월 안에서 업무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 시기를 기업의 규모별로 다르게 적용했다. 이는 근로자의 근무 시간 감축에 따른 소득 감소와 중소기업에게 경영상 부담이 생길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근로자 수가 300명 이상인 기업의 경우 지난해 7월 1일을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근로자 수가 50명에서 299명인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명에서 49명의 근로자를 가진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본 제도를 시행한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 우리나라의 지난해 노동시간은 1,986시간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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