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대 이임수 총동문회장 인터뷰

  ‘새로운 비전으로 강한 동문회’를 만들겠다는 말을 증명하듯, 총동문회 사무실에서 만난 제31대 이임수 총동문회장(전자계산·71)은 시종일관 바빠 보였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 사업 계획을 나누고, 학교의 각종 사안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본교 창의관 뒤 총동문회 사무실에서 “나는 워낙 대학 신문사 기자들을 좋아한다”며 반기는 이 총동문회장을 만났다.

 

  “내가 이런 것들이 어디서 생겼나 했는데,
  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들이었다”

  우선 자기소개를 해보자면 굉장히 간단하다. 숭실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는 것, 그리고 ‘숭대시보’ 제16대 편집국장을 지냈다는 것.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숭실대에서 보낸 대학 생활이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됐다. 

  전자계산학과는 1970년에 처음으로 설립됐다. 1969년 국세청에서 처음으로 컴퓨터를 들여왔고, 같은 해 ‘IBM1130’이라는 컴퓨터가 미국 장로교회를 통해 숭실대에 들어왔다. 이때 처음으로 숭실대가 대대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TV에도 자주 나왔다. 삼촌이 TV에 나온 숭실대를 보며 말했다. 네가 자꾸 상대(상업대)에서 떨어지는데, 상대 졸업생들이 다 컴퓨터를 배우러 가니 너는 TV에 나오는 저 대학에 들어가 바로 컴퓨터를 배워라. 그래서 숭실대에 지원하게 됐다. 이때는 이미 재수 중인 상태였고, 숭실대 시험을 친 후 입학을 안 했다가 다시 시험을 쳐서 1971년 삼수 끝에 숭실대에 입학하게 됐다.

  입학한 후에는 영장이 나왔다. 3월에 입학했는데 5월 5일로 군대 입영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잔디밭에 누워 있다가 ‘숭대학보사 견습기자 모집’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시험을 치게 됐다.

  8명의 기자가 뽑혔고 환영식을 가졌다. 주간교수님과 학생처장님, 전문위원, 선배 기자들과 모여서 환영식을 가졌는데, 곧 입대하게 돼서 활동을 오래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학생처장님이 내일 처장실로 오라고 하셨다. 처장실에 갔더니 영장을 달라고 하시더라. 영장을 연기 시켜주셔서 신문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당시에는 통금이 있었는데 신문 발행 때문에 통금을 어기기도 하고, 자부심과 사명감도 많이 생겼다. 

  또 학교 다니는 내내 ‘흥사단(1913년 창립된 시민운동단체)’ 활동을 했다. 당시 나는 숭실대학 흥사단 회장을 했고, 서울과 인천, 수원을 합쳐 흥사단 경인지역 연합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 경인지역 연합회에서 민족의 횃불이라는 의미의 지하신문 ‘민광(民光)’을 발행했다. 그런데 편집국장 출신이 나밖에 없어서 내가 편집인이 됐다.

  그렇게 흥사단 활동을 하며 홍익대 앞 지하 인쇄소에서 신문을 만들던 중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가 급습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감시를 피하기 위해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며 지하신문을 만들었는데, 중앙정보부는 지하신문 만드는 학생들을 적발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찾아다닌 것이었다. 당시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도망가라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시골로 몸을 숨겼다. 이후 학생처장님의 도움을 받고 해결해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아날로그 감성을 넓히고,
  직접적인 체험을 해야 한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학교에는 장로교에서 파견된 외국인 교사들이 많았다. 학생회관의 신문사 옆에 외국인 교수실이 있었는데, 위치가 가깝다 보니 자주 이야기를 하게 돼 영어가 많이 늘었다. 공군에 입대했을 당시에도 미국 공군들과 함께 근무해 외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들과 만나며 늘었던 영어가 많이 도움이 됐다. 이후 영어에 흥미가 붙어 외국 회사에 근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번역기가 대중화된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꼭 외국어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세계화 등의 허울 좋은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인류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번역기가 아무리 잘 발달돼 있어도 직접 이야기를 나눌 때는 감정이 실리거나 상황에 따라 표현이 바뀌기 때문에 디지털을 경유해 대화를 나누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직접적인 체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디지털화 돼 있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아날로그적이다. 아날로그는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에 디지털보다 뛰어나다. 그래서 아날로그적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선배들은 무전여행, 배낭여행을 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단편적인 지식만 습득하고 간접적인 체험만 많이 한다. 그래서 다들 뭔가를 알아도 실제로 체험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 자기가 실제로 체험을 하는 것과 간접적인 체험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젊은 학생들이 그런 아날로그 감성을 좀 더 넓혔으면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시공간이 다 연결됐다고 하더라도, 모니터 상으로 만나는 것과 비행기를 타고 가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그 다른 지점에서 발견하는 것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성공을 하라”

  지금 젊은 학생들에게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젊은 학생들은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오히려 실패와 좌절이다. 실패와 좌절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다들 엄청난 실패와 좌절들을 극복한 사람이다. 그래서 실패와 좌절이 바로 성공의 어머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와 좌절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전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꿈을 꾸는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꿈을 안 꾸고 상상만 한다면 꿈을 이룰 수 없다. 꿈을 이루려면 요구되는 게 피와 땀과 눈물이다. 그래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지 않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고, 피와 땀과 눈물은 실패와 좌절에서 나온다. 젊은 사람들이 실패와 좌절을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보내는 4년은 인생에 있어서 보장된 시간이다. 젊음, 청춘, 낭만, 사랑, 우정, 어떤 말을 넣어도 다 수용될 수 있고 인생의 황금기이다. 여기서 고민도 많이 하고 좌절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하고 성공도 맛을 볼 수 있으니 많은 경험을 통해 힘을 키웠으면 한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좋아한 말이 ‘The world in my arms’라는, ‘세계를 내 품에’라는 말이다. 대학에서 이 말을 듣고 나는 정말로 세계를 내 품에 한 번 안아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꿈을 꾸다보니 외국을 많이 다니게 되고 나아가 외국 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젊었을 때부터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만 남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잘난 자신을 만들면 상대방도 잘나게 만들어줄 수 있고, 자신을 허투루 하는 사람은 상대방도 허투루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숭실대 학생들은 잘난 자신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도 잘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학교와 동문회는 함께 발전한다”

  동문회는 친목단체로서 학교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조직이다. 동문회가 지금은 학교를 중심으로 해 서울에 가장 활성화 돼 있지만 지방 동문회도 활성화해야 하고 해외 동문회도 활성화해야 하고 앞으로의 과제가 많다. 숭실의 동문회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은 좋은 후배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오고, 동문들이 사회에서 위치를 구축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동문회와 학교가 함께 발전하는 것은 순리의 하나다. 

  미주 동문회는 이미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미국 전역을 아우르는 동문회로 발전할 것이다. 중국 동문회도 미주 동문회만큼 확실히 자리를 잡도록 좀 더 키워야한다. 호주 동문회와 일본 동문회, 동문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는 베트남 동문회도 마찬가지이다.

  재학생 여러분은 이미 패자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다. 전국 86.5% 이상의 상위권 학생들이 들어와 있고, 여러분의 선배들이 세계 각지에서 숭실과 세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므로 숭실이라는 조건을 탓할 것이 전혀 없다. 

  4년이라는 인생의 가장 좋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 사랑도 배우고 눈물도 흘리고 좌절도 배울 좋은 시간이다. 또한 재학생들이 좀 더 사명의식, 개인의 자부심을 가져 야망을 키웠으면 한다. 그렇게 학교의 발전과 통일 한국의 시대 정신을 이끌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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