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학과(혹은 계열)에 입학해 공부를 하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다른 전공을 같이 공부하거나 아예 학과를 옮기기도 한다. 대체로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상계열이나 이공계열, IT계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입학했을 때와는 달리 대학 생활을 하다 보니 점차 취업에 대한 우려로 인해 보다 실용적이거나 사회 요구가 많아 취업 기회가 더 넓은 학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상황이 이러니 소위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간에 여러 불균형이 발생하지만 교육부마저 취업난 해소라는 구실로 전과제도를 장려하고 대학평가의 한 항목으로 삼고 있으니 대학들로서도 이도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인기학과 출신이라고 모두 취업이 되는 것이 아니며 작년의 경우에는 계열별로 취업률이 낮아진 만큼 단순히 취업만을 이유로 학적을 옮기는 데 대해서는 한 번 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요구와 우려를 모른 체 할 수는 없지만 ‘교육’을 주요 관점으로 봤을 때, 이렇게 학사관리가 느슨해지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전공 지식을 쌓으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전공 이수 학점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 깊이 있는 학문은 고사하고 기초 지식만 겨우 습득하는 수준에 그칠 우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대학이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임을 고려할 때 실제 수준 높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나 대학, 그리고 학생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바라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과 과정을 수립해서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취업만을 고려해서 학과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는 싶은데 막상 그런 교과목들 수업이 없으면 당연히 학교생활에 만족하기가 어렵다. 교과과정을 수립할 때 교수자들의 전공이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인 학습자의 목소리도 고려해야 한다. 타전공 교수자의 도움을 받거나 신임 교원을 학습자가 원하는 분야의 전공자로 선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에 서로가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과목들에 대해 분명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수자의 수업권이나 학습자의 학습권에 대한 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어떤 인재로 성장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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