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유관순 이야기'>
조민호 감독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의미 있는 개봉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의 흥행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물론 영화 <항거>는 유관순 열사의 삶을 조명하는 최초의 영화는 아니다. 또한 유관순 열사의 생애를 전기 방식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만세 운동 후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된 유관순(고아성) 1년여의 시간 에 집중하며 그녀가 겪었던 성찰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옥사 안의 독립운동가들에게도 시선을 넓히며 유관순과 동료들의 관계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데 집중한다. 기생 출신 김향화(김새벽),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정하담), 유관순의 선배로 알려진 권애라(김예은) 등 3평 남짓한 공간을 채웠던 서른 명 가량의 인물을 조명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끔찍한 고문이나 유관순의 영웅적 면모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특히 흑백 화면은 불가피하게 담기는 잔혹한 영상을 최대한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며 개인의 표정과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유관순의 과거 회상 장면은 컬러로 촬영하여 옥사에서의 현재와 유관순의 과거를 대조적으로 연출한다. 3평 남짓의 열악한 공간은 핍박과 멸시로 가득하지만 유관순은 3·1운동 1주년에 맞추어 다시 한 번 8호실에서의 만세 운동을 주도한다. 이는 결국 형무소 밖으로까지 이어지며 민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 속 유관순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수감된 타인을 위했기에 다시 한 번 이어지는 만세 운동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영화 <항거>는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표정 및 감정에 집중되기에 배우들의 열연 역시 돋보인다. 특히 주인공 고아성은 열흘 동안 금식을 하며 유관순 열사가 처해진 상황을 온 몸으로 느끼고자 했다. 저예산 영화이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섬세한 연출이 있었기에 영화 <항거>의 100만 돌파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영향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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