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세상만사 <4>



환생을 믿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은 난데, 유독 전생 운운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인터넷을 하다가 미인 사진을 보게 될 때다. 여자가 봐도 입이 헤~ 벌어지는 가는 다리에 CD 한 장으로 가리고도 남을 듯한 작은 얼굴을 보면 절로 이 말이 나온다. “쟤는 분명히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거야.” 더 예쁜 이에게는 더 큰 찬사를. “나라가 아닌가부다. 쟨 지구를 구한 게 틀림없어.”


남자들, 예쁜 것보다 착한 게 좋다고도 한다. 내 외모 덕에 곱게 안 들리는 건지 자동으로 해석되어 들리는 그 대사는 이렇다. “얼굴 착하고, 몸매 착하고, 심성 착한 여자가 좋아요.” 맞다, 내가 삐딱하다고 해도 할 말 없다. 다들 말이야 그렇게 하겠지만 사람의 첫인상을 얼굴이 결정한단다. 이 각박한 취업난 시대에 그놈의 ‘용모단정’한 여자는 자격조건에 빠지질 않는다. 아직까지 그 ‘용모단정’이 어떤 걸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자는 위로라고 “타고난 것보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잖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관리도 타고난 애들이 있는걸. 내가 물만 먹어도 살이 찔 때 느끼할 정도로 치즈가루 듬뿍 뿌려먹어도 배는 쏙 들어가고, 허리는 가냘픈 그네들. 진짜로 내 관리가 안 되는 것 같아 괴로운 거다. 허니 전생 운운 하는 건 현실도피다. 우스갯소리로 그녀들처럼 되지 못하는 내 애환을 숨긴다. 그 와중에 만난 ‘분녀네 선물가게’를 보고나니 꼭 그게 우스갯소리만도 아니게 됐다.


주인공인 분녀는 무격이다. 할머니로부터 받은 골동품을 다 팔면 무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해서 장사를 시작하고 그 장사를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듣게 된다. 물건들과 ‘한’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한’은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다. 내가 품은 마음, 네가 품은 마음이 씨실 날실이 되어 한이라는 천을 짜고 겹겹이 쌓인 천은 운명을 둘러 감는다. 어찌 보면 괴기스럽기까지 한 그 개개인의 이야기들은 우리와 동떨어진 세계같지만, 그 안의 색깔 짙은 서글픔은 우리네와 닮은 꼴이기도 하다.


우리 인생과 그 만화의 메시지는 같다. “다른 사람 아프게 하지 마라, 나쁜 짓 하지 마라.” 나쁜 이들이 반드시 벌을 받지는 않는 현실과 다르게 만화 안의 법칙은 명확하다. 그래서 인과율 분명한 이 만화 <분녀네 선물가게>는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그래,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나쁜 짓 하면 벌 받는 거잖아. 착하게 살자, 다음 생엔 나도 예쁘게 태어날 수 있을 거야. 밥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 하나 안 찌는 모습으로.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저기 저렇게 예쁘게 빛나는 그녀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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