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한강 저
「흰」 한강 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나는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혀줄 책을 원했고 한강의 ‘흰’을 골랐다. 나는 작가의 필체와 그가 구사한 어휘에 담긴 감성에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 안에 있던 슬픔, 외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감정들과 하나로 연결돼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면서 마음의 안식을 취하는 느낌이었다. 따라서 나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책은 이 책이며, 이 책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은 태어나자마자 죽은 두 딸과 그 딸을 여읜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엄마, 그리고 마지막 딸인 작가가 있는 가정에서 눈, 강보, 배내옷과 같은 흰색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주제로 작가 자신이 겪고 들었던 여러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놓은 책이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작가가 겪었던 수많은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

  “어둠과 빛 사이에서만, 그 파르스름한 틈에서만 우리는 가까스로 얼굴을 마주본다. 그때 그 외딴 사택이 아니라 도시에 살았더라면 어머니는 성장기의 나에게 말하곤 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갈 수 있었더라면, 당시 막 도입되었던 인큐베이터에 그 달떡 같은 아기를 넣었더라면, 그렇게 당신이 숨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결국 태어나지 않게 된 나대신 지금까지 끝끝내 살아주었다면, 당신의 눈과 당신의 몸으로, 어두운 거울을 등지고 힘껏 나아가주었다면.”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먼가, 대체 이게 먼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던 눈.”

  차가웠던 흰 색은 인생에서 겪은 작가의 모든 아픔을 내포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와 흰 색을 공유하면서, 작가만의 필체로, 그녀가 겪은 아픔은 우리에게 그 아픔을 포용해줄 수 있는 흰색의 따뜻한 품을 제공했다.

  당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흰 것들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은 아픈 것들인가 혹은 다른 것인가? 나는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삶에서의 아픔을 치유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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