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월) 개최된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인준됐다. 이에 따라 그간 보류돼왔던 인권 기구가 설립될 전망이다. 또한 지난 17일(금)은 매해 돌아오는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다. 인권위 인준 소식과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특집을 같은 호에 보도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인권위가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인준된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 이는 그간 많은 단위에서 우려해온 인권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맥락이 같다. 인권위가 어느 단위에도 소속되지 않고 온전한 독립 기구로 운영될 때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위계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직‧간접적 폭력에 대응해야 한다. 물론 다면적인 지위를 가진 다양한 학생들의 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될 테지만, ‘술 강권 금지 팔찌 제도’ 등 준비 위원단의 행보나 성폭력 사건 대응 매뉴얼 마련 계획 등을 볼 때 학내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대변하고 수호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권력이나 기구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한 성 소수자와 여학생의 권리를 대변해온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후 인권기구 설립이 논의됐고, 장애인 학생과의 소통을 위한 자치 기구 설립이 요구됐던 일 등을 봤을 때 학생들이 기대하는 인권위의 주요한 기능은 보편 복지가 아닌 듯하다.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권리가 차별적으로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하고, 인권위의 필요성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권리 증진이라는 이름하에 통상 학생회가 수행해온 일반적인 복지 사업이 인권위의 업무에 혼재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든다. 역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와 마주친다면, 약자 대변과 보편 복지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권위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위원장 선발 등의 중요한 과정과 무탈한 안착 등의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 우려되는 것들이 기우에 불과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인권위 인준을 환영한다. 인권위가 여러 학생들의 권리를 다방면에서 수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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