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
<봉오동 전투> 원신연 감독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는 말처럼 영화 <봉오동 전투>는 역사에 남겨져 있는 독립군의 첫 승리를 가슴 뜨겁게 다룬다. 130여분의 러닝타임동안 펼쳐지는 승리의 역사는 익숙하기에 더 벅차고, 결말을 알기에 더 가슴 뛴다.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군의 무장항쟁을 막고자 일본은 정예 부대인 월강추격대를 앞세워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일본군에 동생을 잃고 독립군이 된 해철(유해진)은 저격수 병구(조우진) 등과 함께 독립자금을 운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한편 독립군 분대장 장하(류준열)는 월강 추격대를 봉오동 일대로 유인하는 작전을 진행한다. 해철의 부대는 추격대의 거센 추적을 피해 독립자금을 인수하고 봉오동 일대를 벗어날 계획을 세우지만 해철은 동생처럼 아끼는 장하를 돕고자 목숨을 건 유인작전에 합류한다. 전개를 예측할 수 있기에 영화의 캐릭터들은 사실 입체적이라기보다 다소 평면적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상쇄할 만큼 영화는 전투 장면에 많은 공을 들인다. 장기간의 로케이션을 통해 재현된 봉오동 일대의 풍광은 감탄을 자아 낼 만큼 철저한 고증을 선보인다. 특히 월강추격대를 유인해 상대를 제압하는 전술이 주가 되는 영화이기에 속도감 역시 빠르다. 추격전의 리얼리티는 호흡이 긴 롱테이크 액션으로 완성되며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영화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유인 작전과 게릴라전이 많은 만큼 영화 속 공간 이동 역시 돋보인다. 수풀과 비탈, 흙길과 돌길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는 액션 씬은 전투 장면의 완성도를 현저히 높이며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또한 원 감독이 배우들에게 현장에서 처음 칼을 잡아 보게 디렉팅을 했을 정도로 영화는 그 시대의 울분과 애환, 독립을 향한 열망을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어떻게’ 승리를 차지하게 되었는가에 그치는 것이 아닌 어떤 감정으로 승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신중함이 있기에 고증이 적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봉오동 전투>가 성공적인 항일 영화로서 흥행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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