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귐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되고, 두터운 벗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네. 다만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을 삼으면 되는 것이야.’ <예덕선생전>의 한 구절이다. 우정은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다만 마음으로 사귀며 동고동락을 함께 하는 사람과 사람과의 정이다. 이러한 진실한 우정을 현대인들은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내 입에 맛있는 음식을 넣었을 때의 기쁨보다 내 친구가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구가 멀리 떨어지게 되었을 때 그 친구를 잊지 않고, 그 친구의 덕을 존경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대사회는 우정보단 사랑을 더 강조하고 의리보단 로맨스를 좋아한다. 

  조선 시대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의 우정을 통해 현대인들의 잃어버린 우정을 생각해보자. 연암 박지원은 격식, 제도,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었고 그 당시엔 희귀한 질병이었던 우울증에 걸렸다. 우울증은 자기소외를 포함한 관계에서 오는 문제이다. 연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잣거리에 나가 타자들과 소통했다고 한다. 양반 출신이라 평소에는 만날 수 없었던 천민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타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어린 연암의 우울증을 없애주었다. 후에 연암이 나이가 들어서 중국여행을 떠날 때도 중국인들을 포함한 벗들과 우정을 나누는 것을 중시했다. 연암은 “나는 사흘을 웃지 않으면 허리통이 온다.”고 했을 정도로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게 일찍 부인과 사별한 후 젊은 여인과 재혼하지 않고 남은 일생을 혼자 지냈다고 한다. 사랑에서도 그는 우정을 지킨 것이다. 연암은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고 죽을 때도 떠드는 친구들 사이에서 죽었다. 

  우정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사랑에 집착하고 목숨 걸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는 슬픈 사랑 노래가 넘쳐나고, 로맨스 영화, 성욕을 담은 영화나 책이 넘쳐난다. 사랑과 돈이 청년들의 최고의 추구하는 가치가 된 지금 사라진 우정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경이나 불경에 나오는 ‘남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내용은 어쩌면 우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내가 기쁘거나 슬플 때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게 있을까. 나는 사랑에 목숨 걸기보다는 우정에 목숨 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분명 훨씬 ‘간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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