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저

  내 마음이 이리 좁았나는 생각이 들었던 날, 나는 나와 완전히 다른 환경의 이들을 책을 통해 만나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카밀라는 자신의 이름의 유래를 알고 그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이름이 지어진 것일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성인이 된 카밀라는 친모 지은의 사진을 발견하고 친모가 본인을 무척 사랑했음을 느낀다. 엄마를 찾으러 한국으로 간 카밀라는 지은이 열일곱에 본인을 낳았고, 그 다음 해에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엄마를 찾아 나선 일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곧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엄마를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깨닫고 지은의 소녀 시절을 계속 읽어나간다. 자신의 아빠는 누구이며, 무엇이 지은을 바다에 잠기게 했는지.

  이 책은 세 부로 나눠져 있으며 차례로 ‘카밀라’, ‘지은’, ‘우리’라는 제목에 맞게 시점변화가 일어난다. 3부에서는 ‘우리’는 소문과 무관심 속에서 지은을 죽게 한 이들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선생님과의 스캔들에 휘말린 지은을 걱정하며 뱃속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는 동창생에게 지은은 말한다. “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갈 수 있니? 너한테는 날개가 있니?”

  책의 가장 흥미로운 소재는 단연 카밀라의 아빠이다. 하지만 카밀라의 아빠는 누구인지 작가는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읽는 내내 카밀라의 아빠를 추리하던 나는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내가 카밀라의 아빠를 추리하는 것은 지은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일은 아닐까. 나는 지은과 나 사이 심연을 건널 수 있는 날개를 지닌 사람인가.

  너와 나 사이의 심연의 존재를 알 때, 마침내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오해 없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위로를 건넬 수 있을 것이며, 진정 예쁜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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