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회 인터뷰

  지난달 27일(화) 열린 제2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차소민(사회복지·18) 위원장이 총학생회칙 제50조(위원장)에 의거해 △찬성: 115명 △반대: 9명 △기권: 32명으로 인준됐다. 앞서 지난 5월 13일(월), 제17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인권위 인준 안건이 찬성 8표, 반대 3표로 통과된 바 있다. 제59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인권위는 단과대 및 학과(부) 학생회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설됐다(본지 제1231호 ‘인권위원회 인준, 총학 산하 기구로…’ 기사 참조). 인권위 차 위원장과 허정은(정치외교·18) 부위원장은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아닌 숭실대학교 학우들의 전반적인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기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 차소민(사회복지·18) 위원장(좌)과 허정은 (정치외교·18) 부위원장(우).
인권위원회 차소민(사회복지·18) 위원장(좌)과 허정은 (정치외교·18) 부위원장(우).

  우선 인권위가 어떤 기구인지 간략히 설명해달라.
  차소민 위원장(이하 차): 인권위는 △경청 △소통 △연대를 통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의식 변화를 도모하는 기구이다. 더불어 타인의 권리 보호를 통한 개인의 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학우들의 인권을 신장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허정은 부위원장(이하 허): 학생들의 편에 서서 학생들의 권리를 학교에 요구하고, 학생 사회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시 사건을 전담해 해결하기 위한 기구이다.

  ‘인권’이란 어떤 의미인가.
  차: 인권은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간답게 살 권리다. 그러므로 인권은 자유, 평등, 다양성 등 모든 가치를 포괄할 수 있는 상위 가치라고 생각한다. 
  허: 누구에게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만, 또 어떻게 보면 누구에게나 있고 이미 있는 것이니까 쉬운 일이기도 하다. 인권이라는 것은 추구하면 할수록 더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권은 사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대학 사회에서 인권위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 인권위는 개인의 목소리를 증폭시켜 집단 차원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원인은 주로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때 학생자치기구라는 집단으로써 목소리를 낸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허: 나아가 인권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확장돼야 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더 넓히고 깊게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구이다.

  현재 본교 인권 실태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숭실대학교의, 숭실대학교 학우들의 인권 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 우선 인권위에서 ‘배리어 프리(장애인 친화적인 환경)’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 본부에서 예산을 책정해줬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교는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1학기에 ‘술 강권 금지 팔찌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실제로 술자리 분위기가 바뀐 것을 보고 인권 의식 제고 가능성을 엿봤다. 이를 통해 인권위가 학우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권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인권 의식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인권 및 젠더 문제, 계층 및 집단 간 혐오 문제가 가시화·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는데 이러한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 타인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본인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특히 소수자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혐오 문제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허: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게 보인다. 인권위는 이러한 이슈에 대해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혐오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2019학년도 1학기에 추진된 사업은 무엇이며, 2학기에 주요하게 추진할 사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차: 1학기에는 교내 배리어 프리 시설을 점검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고, 술 강권 금지 팔찌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 인권위 회칙을 마련하고 성폭력·인권 침해 대응 매뉴얼 제작을 진행했다. 예비군 간식 행사를 진행하고 채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채식 디저트를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번 학기에 추진될 사업으로는, 지난 학기 점검한 사항을 바탕으로 배리어 프리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성폭력·인권 침해 대응 매뉴얼을 완성하는 것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허: 인권위 준비위원단이었던 1학기 때와 차이가 있다. 먼저 배리어 프리 사업의 경우 당사자성이 추가됐다. 장애학생지원팀와 협업을 진행하고, 모집한 신입 부원에는 장애인 부원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장애인 복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매뉴얼 역시 본교 양성평등팀과 협력해 작성 중이고, 해바라기센터 등의 외부 기관에도 자문을 요청할 계획이다.

  교내 배리어 프리 시설 개선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본교 내 배리어 프리 시설 실태는 어떠한가.
  차: 조사 결과 문이나 경사로 통로의 문제가 가장 컸다. 예를 들어 출입문이 고정되지 않거나, 통로에 측벽이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 바퀴가 빠질 위험이 있는 장소도 있었다. 또한 경사로가 아예 없거나, 있는 경우에도 휠체어로 다니기에는 가파른 곳도 있었다. 교직원 식당이나 신양관 ‘인터내셔널 라운지’는 휠체어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팀이랑 회의를 진행했다. 더불어 키오스크 및 자판기 사용에 불편이 있는 곳도 조사했다. 

  성폭력 대처 매뉴얼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
  차: 일단 성폭력의 정의를 명시했으며 성폭력 사건 발생 시 구체적인 대처 방안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증거 자료 확보 방법과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마련됐으며, 성폭력 피해 발생 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외부 기관을 정리해놓기도 했다. 또 성폭력이 발생했을 시 피해 지목인, 피해 호소인, 제3자 학생회 등 유형별로 나눠서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허: 대처법도 단계별로 명시했다.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하면 공론화까지, 고소 등 법적 지원을 원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만들었다. 매뉴얼 작성 시 처음에는 타 대학과 전문기관의 매뉴얼 자료를 수집했다. 인권위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성원들과의 논의가 필요했고, 그러다 보니 매뉴얼 작성이 늦어졌다.

  현재 교내에는 성폭력 등에 대응하기 위해 양성평등팀이 조직돼 있다. 성폭력 사건 대처에 있어서 양성평등팀 이외에 인권위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 사건 발생 시 당사자인 학생들의 권리를 전담으로 맡는 기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특히 양성평등팀이 관여하기 어려운 학생 사회에서의 2차 가해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인권위의 존재만으로도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2차 가해는 학교 공식 기구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성폭력 사건 대응 진행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와 양성평등팀 사이에서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채식주의는 개인의 호불호 또는 동물권 침해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인권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 같은데, 채식 디저트 소개 영상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보나.
  차: 채식 디저트 소개 영상 제작은 학생 사회에서 소외받는 채식주의자 학생들의 권리를 신장하고자 시작했다. 채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다루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채식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디저트와 접목해 제작하게 됐다. 디저트에도 채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인식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학기에 진행했던 사업으로 예비군 간식 행사를 꼽았고, 인권위의 주요 키워드로도 군인을 꼽았다. 군인은 남성 재학생 중 많은 수가 향유하는 지위고, 이에 따라 군인 및 예비군 관련 복지 사업은 일반적으로 학생회 단위에서 진행해왔다. 이 행사를 인권위에서 진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차: 예비군 간식 사업은 제59대 총학생회 복지소통국과 함께 진행했다. 인권위가 지향하는 가치 중 하나는 보편 인권 신장이다. 
  인권위는 소수자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아닌 학우들의 전반적인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기구이다. 그러므로 활동 범위가 소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군인은 남성 재학생 중 다수가 향유하는 지위이기 때문에 사회적 소수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모든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군인을 대상으로 간식 행사를 진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권위는 교내 소수자와 약자 외에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 복지에 힘쓸 계획인가.
  차: 전반적인 학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할 것이다. 소수자를 위한 권리 신장과 보편적인 인권 신장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리어 프리 시설 관련 사업도 장애학우의 이동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다른 학우들의 이동권이 역시 더불어 증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분리된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보편 복지를 위한 사업은 학생 사회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TF팀을 꾸려 추진할 계획이다.
  허: 1학기 때 아르바이트생 권리 찾기 부스를 진행했다. 아르바이트생도 본교 학생들이고,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권위는 그런 부분을 도울 수 있고, 이것 역시 보편 복지의 예이다. 

  그렇다면 총학생회의 복지 정책과 인권위의 사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차: 총학생회는 1년을 단위로 복지 사업 및 정책을 마련한다. 인권위는 그때그때 발생하는 권리 침해 사태에 맞춰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차별화되는 점이다. 

  인권위 구성 계획에 따르면, 인권위 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은 ‘장애인복지팀’뿐이다. 이외에는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조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애인과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회적 약자군을 위한 팀을 조직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통상적으로 소수자·약자에 포함되는 성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팀을 따로 조직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허: 모든 학생들이 인권위에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팀을 조직했다. 팀을 따로 구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사안들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성 △외국인 유학생 △성 소수자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사건 발생 시 인권 침해에 대응하는 TF팀을 꾸려 유동적으로 대처하겠다.

  인권위 위원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내부적으로 진행된다면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지, 외부에서 진행된다면 교육자나 강의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허: 외부 상담 프로그램을 수강할 계획이다. 내담자가 방문했을 때 상담자로서 갖춰야 할 태도 및 언행을 배우기 위함이다. 특히 대응조치팀 구성원은 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을 필수로 할 예정이다. 1학기에는 인권위 내에서 주 1회 책을 읽고 담론에 대해서 공유하는 정도로 진행됐다. 2학기에는 교육 기획팀에서 담당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인권위 위원장, 부위원장으로서 가진 포부를 말씀해 달라.
  차: 보편적인 인권과 소수자의 인권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인권위가 되고 싶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허: 개인이 개인 자체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이는 인권위 부윈원장으로서의 포부이기도 하고 제 인생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 변화를 숭실대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부위원장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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