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으로 가득 찬, 음미하는 서울 ➊
볼 것으로 가득 찬, 음미하는 서울 ➊
  • 정희섭 교수 (글로벌통상학과)
  • 승인 2020.05.11 15:09
  • 호수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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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해외여행을 언제부터 자유로이 다시 할 수 있을지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가 생성될 때마다 국가 간 인적교류는 고사(姑捨)하고 국내의 지역 간 이동도 부담스러워진다.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넘어 괴담마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크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사는 도시 서울에 대한 관심이 근래 들어 많아졌다. 그동안 간과했던 서울의 명소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초거대도시 서울은 크고 작은 구(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구에 산재한 명소들을 찾아다니는 기분이 꽤 즐겁다. 나의 ‘역마살’을 충분히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서울은 볼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누가 서울을 ‘하루꺼리’ 여행지라고 했던가.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걸어서,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서울의 각 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환청 아닌 환청인 셈이다.

  종로구: 우리 구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있습니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왕과 왕비의 신위(神位) 모신 곳이죠. 당신은 일 년에 종묘에 몇 번이나 오시나요. 태조 이성계가 수도를 서울로 옮기고 짓기 시작해서 1395년에 완공했답니다. 그리고 조선의 궁궐 중, 아니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에 드는 웅대한 궁궐인 경복궁이 있습니다. 원래는 중국의 자금성만큼이나 큰 궁궐이었지만 일제에 의해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습니다. 양녕대군의 현판으로 유명한 경회루의 아름다움과 국보인 근정전을 보러 오시기 바랍니다. 사도 세자의 비운(悲運), 장희빈의 월권(越權)을 목도한 창경궁이 있고, 왕들이 가장 머물고 싶어했던 창덕궁도 있지요. 또한 북촌 한옥마을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조선시대 권문세가의 거주지였답니다. 북촌만의 ‘아우라’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조선 왕조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종로구를 누가 감히 ‘정치 1번지’라는 말로 브랜딩했나요. 종로구는 이름뿐인 대한민국의 정치 1번지가 아니라 조선왕조 ‘역사의 1번지’입니다. 종로구를 정치 1번지라고 말하는 분들은 정말 정치 잘하시기 바랍니다. 종로에서 모든 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중구: 서울의 중심 중구입니다. 왜 가운데 ‘中’자가 들어갔겠습니까. 우리 구에는 서울 최고의 번화가인 명동거리가 있습니다. 명동을 빼놓고 서울을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도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은 명동이죠. 지금은 잠시 침체되어 있지만 모든 패션의 유행은 명동에서 시작되었고, 한국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외국인은 명동을 느끼고 보러 옵니다. 명동은 세계인이 방문하는 글로벌 타운이죠. 명동성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한 ‘민주주의의 발원지’와도 같은 곳이죠.
  중구에도 멋진 궁궐이 있습니다. 바로 덕수궁입니다. 덕수궁이란 이름은 친숙하지만 이 곳이 성종대왕의 형님인 월산대군의 저택으로 건축되었고, 고종황 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의미있는 장소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으나 고종황제의 ‘장수를 기원한다’는 의미로 덕수궁(德壽宮)으로 개명되었습니다. 대한제국의 꿈을 간직한 덕수궁에 오셔서 숨을 크게 들이키시고 당신만의 꿈을 설계해보세요.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보시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외 화가들의 명작을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겠죠.

  용산구: 용(龍)의 기백이 서려있는 ‘용의 산’ 용산입니다. 외국인들은 우리 구를 ‘Dragon Hill’이라고 부르는데 기분이 나름 괜찮습니다. 뭔가 의미를 알고 부르는 것이니까요. 용산구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립박물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귀중한 유물이 22만 여 점이나 소장되어 있는 곳이니 용산구야말로 가장 중요한 지역 아니겠습니까. 자부심이 아주 크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용산 캠프가 이전을 완료하면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개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또한 기대가 큽니다. ‘서울 속의 Small World’라 불리는 이태원이 있고, 무엇보다 전쟁의 교훈과 선열들의 호국정신을 배울 수 있는 전쟁기념관도 있습니다. 전쟁기념관은 아이들과 꼭 한 번 오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소중하게 다가온답니다. 우리가 잘 지켜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대한민국의 가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소가 한 곳 더 있습니다. 이태원 부군당 역사공원 안에 유관순 열사의 추모비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많이 없을 듯 하네요. 이태원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위대한 열사를 추모하는 동네이기도 하지요.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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