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연합, 마포구, 서대문구가 서울의 현대성, 서민의 애환, 역사적 교훈을 내세우며 스스로가 서울에서 최고의 볼 것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동안 조용히 있던 성북구부터 말문을 이어갔다. 

  성북구: 강남 3구 연합의 봉은사, 서대문구의 봉원사가 모두 훌륭한 사찰이지만 서울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사찰은 길상사(吉祥寺)라고 확신합니다. 길상사에는 법정(法頂)스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큰 감명을 받은 김영한이라는 여인이 오랫동안 요정(料亭)으로 사용되었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施主)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법정스님은 김 여인의 시주 제안을 10년간이나 사양했지만, 결국은 제안을 받아들여 속세의 건물에서 맑고 장엄한 범종 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드셨습니다. 1997년 대원각은 길상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에는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이 힐링하러 오는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평생을 청빈하게 사셨던 법정스님은 2010년 3월 길상사에서 입적(入寂)하셨습니다. 길상사로 진정한 의미의 성속일여(聖俗一如)의 뜻을 사색하러 오시기 바랍니다. 길상사의 역사는 봉은사나 봉원사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 의미만큼은 부처님의 마음과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에 지은 집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사적 제550호로 지정된 심우장(尋牛莊)이 그것입니다. 건축 당시 조선총독부의 반대 방향인 북향으로 터를 잡아 건축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에 저항해온 뜻을 굽히지 않았던 한용운 선생은 조국의 광복을 목도하지 못하고 1944년 이곳 심우장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우리는 일본을 이웃으로 대우하되, 결코 독립을 위한 투쟁정신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대문구: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을 아시나요. 바로 홍릉(洪陵)수목원입니다.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서 엄청난 양의 산소를 공급하는 착한 ‘산소탱크’입니다. 홍릉이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되고 초장(草葬)되었던 곳이라는 것을 아는 분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명성황후의 시신은 고종황제의 시신을 모신 남양주 홍릉으로 이장(移葬)되었지만 이 수목원에는 홍릉이라는 이름을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대한민국에 분포하는 대부분의 수종(樹種)을 보유한 귀중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답답하실 텐데 수목원에 바람 쐬러 나오셔도 좋겠습니다. 
  동대문구는 외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 각 분야별 최고의 교육기관이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외대는 수많은 전문 외교관과 국제통상인을 배출하여 ‘글로벌 코리아’로 발돋움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명문대학입니다. 2012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합중국 대통령이 한국에 있는 다른 대학들을 마다하고 외대에서 연설하신 것은 다 이유가 있겠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마지막 문장은 “같이 갑시다” 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직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전 세계가 ‘공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밖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 관계상 다른 구에게도 발언권을 양보하겠습니다. 

  동작구: 말을 간략하게 줄여준 동대문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동작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국립서울현충원입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이 안장(安葬)되어 있는 곳입니다. 1955년 7월 15일 국군묘지로 창설되었지만 지금은 면적이 14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국립묘지가 되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현충일을 맞이하게 되는데 누구든 국립현충원에 오셔서 애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 바랍니다.
  우리 구에는 1905년 한국 최초의 대학으로 승격한 숭실대학교가 있습니다. 숭실대학교의 평양캠퍼스 재건은 남북통일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숭실’이라는 브랜드는 남북한의 화합과, 나아가 민족의 번영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동작구에 숭실대학교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숭실대학교 GTEP 사업단은 전국 20개 대학 사업단 성과평가에서 2년 연속 우수 사업단으로 선정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작구에서 숭실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시장을 주도해 나갈 우수한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뜨거운 열정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동작구의 설명이 끝나자 관악구, 영등포구, 은평구, 강북구, 강서구 등 서울의 나머지 구들은 잠시 분임토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취합된 입장을 발표했다.

  발언하지 않은 구 연합: 종로구를 시작으로 동작구에 이르기까지 구내(區內)의 볼 것을 강조하시는 발언 잘 들었습니다. 우리 구에도 여러 가지 좋은 장소들이 많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에도 이렇게 의미 있고 훌륭한 장소가 많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감사드리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다시 이런 세션을 갖기를 원합니다. 우리 모두 ‘볼 것으로 가득 찬, 음미하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을 모읍시다.

  마침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