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은 젊은이들에게 무지하지만 편안한 ‘알’을 깨고 나와 비상할 것을 요구한다. 알 속의 세계는 안전하다. 충분한 영양분도 있고, 생명의 위협도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새가 운명을 따라서 날기 위해서는 알이라는 세계를 깨고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는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이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처절하게 방황하다 진정한 의미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내면 세계와 주변을 둘러싼 외부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고, 자신이 닮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통해 위기를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주인공은 계속해서 파도처럼 찾아오는 고난을 맞아야 했다.

  우리는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생각한다. 괴로운 시간이 지나면 즐거운 일이 올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문장을 곱씹을수록 사실 우리는 운명을 따르기 위해 즐거운 세계를 깨고 고난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온전히 자신을 아는 대신, 고난이라는 책임을 짊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거를 인정하고 현재를 또렷이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돈과 모임, 편안함에 빠져 내가 애써 무시하고 있던 문제를 외면했고, 세계를 깨면 찾아올 고난을 두려워했다. 따스한 세상에 웅크려있는 채 아브락사스에게 향하는 비상을 꿈꿨다. 이제는 진흙탕에 처박혀서도 비상을 꿈꾸고 그것을 결국 해내는 주인공처럼 절망과 고뇌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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