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는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동북아시아에는 역대급 장마가 찾아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동아프리카에서는 메뚜기 떼가 나타나 곡식을 먹어 치우며 식량난을 악화시켰다. 호주에서는 큰 규모의 산불이 6개월 동안 지속돼 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터전을 잃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는 녹조 현상이 생겨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영국에서는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많은 과학자는 이러한 재난이 바로 온실가스가 불러온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들은 열 받은 지구가 경고를 보내고 있다며, 세계 사회는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 위기로 인한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할 것이라 말한다.

 

물바다가 된 동북아시아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장의 장마가 대한민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올해 장마는 지난 6월 24일(수)부터 8월 16일(일)까지 54일 동안 지속됐다. 가장 길었던 2013년 6월 27일(목)부터 8월 4일(일)까지, 49일의 장마 기간을 넘어서며 역대 최장 장마와 가장 늦게 끝난 장마로 기록됐다.

 올해 장마로 인한 강수량도 만만치 않았다. 대표적으로 심한 호우 피해를 입은 부산의 강수량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의 누적 강 수량은 각 358.9mm, 156.3mm이었으나, 올해 7월과 8월의 누적 강수량은 각 796.8mm, 399.2mm로 관측됐다. 지난해 대비 강수량이 증가한 8월의 경우, 누적 강수량이 약 155.4% 증가했다. 호우 피해를 크게 입었던 천안의 경우도 전년 대비 8월의 누적 강수량이 90.7mm에서 481.7mm로, 약 431.1%가 증가 했다. 최장의 장마와 늘어난 강수량으로 인해 시민들도 주택이 침수되거나 농경지가 훼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 11일(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장마로 발생한 이재민은 7,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도 장마로 인해 큰 피해를 보았다. 중국에서는 두 달 이상 장마가 지속됐는데, 이로 인해 지난달 22일(토), 중국 후베이성 이창에 위치한 싼샤댐은 수위 167m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런 호우에 대비해 지난달 19일(수), 건설 이후 최초로 싼샤댐의 11개 수문을 열고 초당 4만 9,200㎥의 물을 내보낸 바 있다. 또한 중국 응급관리부의 발표에 따르면, 호우와 홍수로 인해 약 7,047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한화로 약 37조 2,235억 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했다. 일본도 호우로 피해를 본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공영 방송인 NHK는 지난 7월, 호우로 인해 70여 명이 사망하고 규슈 지방에서는 산사태가 최소 16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북아시아에 역대급 장마가 내린 이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일반적으로 북쪽 대륙에서 발생하는 한랭한 한대성 기단과 남쪽 태평양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이 만나 형성되는 정체 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정체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습윤한 공기의 유입량이 증가해 장기간 많은 비가 내리는데, 이것이 장마의 발생 과정이다. 이후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올라와 중국 국경에서 소멸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는 장마 발생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 이번 여름, 시베리아와 북극 지역에 고온 현상이 지속됐다. 이것이 결론적으로 동북아시아에 더 많은 비를 내리게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시베리아와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은 러시아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대기 흐름의 정체 현상인 ‘블로킹’을 강화시켰다.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북극 주변을 에워싸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야 할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나며 찬 공기가 내륙 중위도 쪽으로 이동했고, 2개의 블로킹에 막혀 고위도의 찬 공기를 중위도에 계속 공급했다. 이렇게 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찬 공기에 가로막혀 중국 남부부터 일본 규슈 지방까지 걸쳐진 정체 전선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체된 장마전선이 동북아시아에 기록적인 호우를 쏟아낸 것이다.

 

북극과 시베리아 지방에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해 2개의 블로킹이 강화됐다. 이로 인해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나며 찬 공기가 동북아시아 쪽으로 계속 공급됐다. 이 찬 공기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기록적인 장마를 만들어냈다.자료: 기상청
북극과 시베리아 지방에 이상 고온 현상이 발생해 2개의 블로킹이 강화됐다. 이로 인해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밀려나며 찬 공기가 동북아시아 쪽으로 계속 공급됐다. 이 찬 공기와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 기록적인 장마를 만들어냈다. 자료: 기상청

 라니냐 현상으로 서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져 막대한 수증기가 유입된 것이 강수량이 늘어난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적도의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이 낮아지는 반면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은 상승했고, 수온이 상승하며 늘어난 서태평양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경고, 메뚜기 떼와 호주 산불 그리고 인도양 다이폴

 

 열 받은 지구의 경고는 기록적 호우뿐만이 아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사막 메뚜기가 창궐했다. 하루에 150km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막 메뚜기 떼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출발해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를 강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Q)는 현재 메뚜기 떼가 하루에 약 8,800인분의 농작물을 먹어 치우고 있으며, 단 1㎢의 메뚜기 떼가 하루 3만 5,000인분의 양을 먹을 수 있어 피해 지역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메뚜기 떼의 피해를 받은 인도의 경우, 인도 정부는 농경지 555만ha가 초토화돼 약 1,7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재난인 호주 산불이 발생했다. 호주 산불은 지난해 9월 호주에서 발생해 약 6개월간 이어져 지난 2월 진화된 대규모 산불이다. 호주 연방정부에 따르면 초대형 산불로 인해 약 1,100만ha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이는 우리나라 면적과 비슷한 규모다. 이 산불로 약 10억 마리의 동물들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호주 산불이 시작된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만 가옥 2,439채가 소실됐고, 최소 33명이 사망했다. 호주의 마스코트 동물인 코알라도 산불로 인해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위기’까지 이르렀다.

 동아프리카의 메뚜기 떼와 호주 산불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다. 두 재난을 연결 짓는 기상 현상은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이다. 인도양 다이폴은 인도양의 무역풍으로 인해 인도양 열대 해역의 동쪽에 서는 수온이 낮아지고, 서쪽에서는 수온이 높아지는 대기 해양 현상이다. 작년 말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표층해수온도차가 4°C가량 벌어졌는데, 이는 60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차이였다. 그 결과 인도양 서쪽에서는 수온 상승에 의해 증발이 왕성해져 강수량이 증가했고, 동아프리카 지역에는 평소보다 400%나 높은 호우가 내렸다. 또 이로 인해 축축한 곳에서 알을 낳는 사막 메뚜기가 번식을 시작했고, 사막 메뚜기 떼가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 곡물을 먹어 치우며 식량 피해를 줬다. 반대로 인도양 동쪽의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가뭄과 고온 현상이 나타나 산불이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온실가스 농도 증가로 지구 온난화 심각해져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고온 현상, 인도양 다이폴 심화 등, 이와 같은 기후 변화는 지구가 뜨거워져서 발생했다.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지구 온난화라고 한다.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는 이유를 알기 전, ‘온실효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태양의 복사에너지 중, 가시광선은 지표면에 직접 반사된다. 반대로 적외선의 복사열은 지구 대기가 흡수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 현상으로 인해 지구 지표면과 해수면의 평균 온도가 균형적으로 유지된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는 지구를 따뜻하게 하고, 지구에서 나가는 에너지는 온실가스에 흡수돼 지구 온도의 균형을 이루는 것 이다. 이것을 온실효과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지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일정한 규칙으로 온도가 변화해왔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1℃ 정도 올라가는 데에는 약 천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도 지구의 온도 변화와 유사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된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백 년 동안 1℃ 정도의 온도가 상승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구의 온도를 빠르게 상승 시킨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기후 과학자들의 97% 이상이 지난 세기 동안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활동 때문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 연료가 연소되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 게다가 아마존 유역의 밀림과 여러 숲에서 벌목과 개간이 진행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의 허파’와 식물들이 사라졌다. 그 결과 ‘Co2.earth’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까지 지구의 공기 중 0.03%(약 280ppm)를 차지하던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411.96ppm(1000만분 율을 나타낼 때 쓰는 단위)을 기록했다. 이렇게 늘어난 이산화탄소는 결국 온실효과를 넘어, 지구의 온도를 심하게 상승 시켜 지구 온난화를 만들어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 때, 보통 극지방의 온도 상승 폭이 적도 지방의 온도 상승 폭보다 월등히 커진다. 그렇기에 극지방과 적도 지방의 온도 상승 폭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이 기온 차에 의해 대기권 공기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이 문제가 다년간 누적돼 인류 앞에 이상 기후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지난 1일(화), 세계기상기구(WMO)는 유엔 제네바사무소 정례브리핑에서 북극 기온이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WMO는 “북극부터 알프스까지 북반구 지역의 얼음과 빙하 덩어리들이 중대한 영향을 받았다”며 “아주 불길한 기록들의 경신으로 기억될 여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마지막 빙붕(육지와 연결된 거대한 얼음덩어리)으로 알려진 ‘밀론 빙붕’의 일부분이 지난 달말 붕괴해 바다로 떨어져 나갔다. ‘기후 변 화의 카나리아’라고 불리는 그린란드 대륙빙하 또한 역대 최고 속도로 녹고 있다. 독일 알프레드 바그너 연구소가 관측한 결과, 그린란드에서 지난해 여름, 녹은 얼음은 5,860만t 이었다. 이 녹은 얼음의 양을 물로 환산하면 532조L 정도다. 이는 한반도 면적의 두 배 정도를 1.25m 높이의 물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분석 결과에 대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지난달 15일(토), 겨울에 물이 어는 양보다 여름에 녹는 양이 더 많아 그린란드 대륙빙하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1972년 9월(좌)과 2019년 8월(우)의 그린란드 빙하 위성 사진을 비교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여름 공기로 인해 얼음이 녹자, 기존에 얼음으로 덮여있던 돌들이 드러났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NASA)
1972년 9월(좌)과 2019년 8월(우)의 그린란드 빙하 위성 사진을 비교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따뜻한 여름 공기로 인해 얼음이 녹자, 기존에 얼음으로 덮여있던 돌들이 드러났다. 자료: 미국항공우주국(NASA)

 기후 과학자들의 해수면 예측에 따르면, △태풍 △지진 △호우 등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현재 3억 명의 인구가 사는 육지는 가라앉을 것이다. 또한 2100년에는 현재 2억 명의 사람들이 사는 땅은 만조 때 바다에 잠길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현재 전 세계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유발된 이상 기후는 병원균 바이러스의 증식과 돌연변이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전과 달라진 습도 환경과 높아진 기온은 신생 전염병 발생과 전파에 영향을 끼친다. 이전의 사스와 메르스가 이러한 경우였으며,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지구 온난화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질병 위협은 꾸준히 발생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 연료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탈원전’을 목표로 풍력 발전, 태양광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은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2000년 6.3%에서 2018년 37.8%까지 높였으며, 2030년까지 전력 수요의 65%를 신·재생 에너지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스페인 또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총발전량의 72%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는 지난해 풍력 발전 비중을 42%로 늘렸으며, 올해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 여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4년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이하 2020온실가스로드 맵)’은 2020년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으로 삼고, 감축 후의 목표 배출량을 543.0백만 톤 CO2eq(해당 물질을 질량 기준으로 판단할 때 사용하는 단위)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배출권거래제 운영 △온실가스 감축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다배출 사업장의 에너지 이용 효율화 기반 기술 상용화 등의 목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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