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요] - 제13회 로봇축구대회 3위 입상자 류석우(전기·3) 군



K리그가 아니다. 올림픽도 아니고 월드컵도 아니다. 로봇축구대회다. 지난 ~ 중국에서 열린 제13회 로봇축구대회에서 3위 입상. 본교 정보통신전자공학부(이하 정통전) 소속 학회 Robotics의 멤버들이 타국에서 건져 올린 성과다. 이뿐이랴, 대만 자국대회에 초청받아 당당히 1등을 하고 금의환향(?)했다. 이것도 한류라면 한류인가 싶다. 로봇축구대회에 출전한 멤버 중 막내 류석우(전기·3) 군을 팀 대표로 만나보았다.

그들이 이룬 성적을 보면 웬만큼 경력이 있는 수준급의 팀이려니 싶은데, 이들은 이번이 첫 출전이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Human noid’(인간형태의 로봇)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알고 이들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무색하게 예선전 격의 국내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 3위 트로피를 받아든 기뻐하는 류석우(전기ㆍ3) 군 진문섭(정통전ㆍ4) 군 정재식(정통전ㆍ4)군 왼쪽부터

 

그러나 그들이 3위를 수상하기까지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회가 열리던 당시가 올림픽 준비 기간이라 공항의 검색이 한층 강화됐다. 덕분에 장비를 모조리 내보여야 했는데, 그럼에도 장비는 공항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무려 3일 동안 묶여 있었다. 그사이 각 팀의 경기시간이 배정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찔한 상황에 놓였단다. 결국 경기 시작 15분 전 장비가 도착했지만 기계를 점검해 보기에 15분의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주최 측에 조르고 졸라서 30분이란 여유시간을 얻어내 급하게 기계를 손보고 경기에 들어가야 했다고. 그래도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훌륭히 경기를 마쳐냈으니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발목을 잡은 건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다. 쓰촨성 지진이 터지고 얼마 안 된 후여서 유럽의 여러 팀이 참가를 취소했고 절반 정도의 중국 팀이 그 자리를 메웠다. 우리 팀 역시 중국 팀을 피해갈 수 없었는데 조금 거창하게 말해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해야 하나.

로봇축구대회의 정식 규정은 한 대의 컴퓨터 사용과 한 명의 컴퓨터 조작이다. 헌데 중국 팀은 두 대의 컴퓨터를 사용했고 우리 팀의 항의해도 꿋꿋이 대응하더란다. 다른 규정을 갖고 오더니 처음엔 공격을 해야 한다고 또 우겼다. 중국심판이 영어를 조금도 할 줄 몰라 의사소통이 전혀 불가능해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20분의 말미를 줘서 그 사이 급하게 프로그래밍을 했다. 한 번의 테스트는 무사히 성공했지만 경기에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실격패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마디로 중국 팀에 말린거죠.”라며 류 군은 아쉬워했다.

험난한 길을 건거고 건너 우리 팀이 대만 대회에도 초청받은 것까진 좋은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1,2위는 어쩌고 3위 팀을 초청했을까. 이에 류 군은 “보통은 회사에서 완제품으로 나온 로봇으로 경기를 하는데 우리 팀은 직접 만든 로봇으로 출전했어요. 다들 신기해 하더라구요. 어떤 분은 얼마냐고 묻던데요”라고 답했다. 그야말로 기계 제작부터 프로그램까지 학생들이 직접 만든 로봇을 통해 경기에 임한 모습이 높은 점수를 산 것이다. Human noid 종목 담당 교수로부터 초청받아 대만에서 열리는 ‘타이완 마이크로 마우스&인텔리전트 로봇 콘테스트’에 같은 종목으로 출전했다. 대만에서는 어려움이 없었냐고 묻자 “그 쪽에서 대회경비를 모두 지원해 줘서 전혀 부족함이 없이 잘 지내다 왔어요”라며 아까와는 달리 기분 좋게 말했다. 타지에서 불편함이 없었다니 다행이고, 1위에 입상했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해야 겠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나갈 때는 수상경력이 없는 탓에 현지 생활비만 학부에서 지원받고 호텔비, 비행기값, 참가비를 모두 사비로 내야 했다고. 로봇을 제작할 때도 사비를 충당해야 했단다. 로봇 1대의 18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부품 한 개가 20만원 정도라니, 본인이 감수하라고 할 순 없었다. “로봇이 좋아서 하는 거라 돈이 아깝진 않아요.” 지원이 부족하다, 뭐가 부족하다 말할 법 한데도 괜찮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로봇축구대회의 세 주인공들

 
류 군은 팀의 막내이자 전기공학과 학생이다. 정통전 학회에 가입한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로봇관련 동아리를 찾아봤는데 Robotics 밖에 없더라구요. 동아리 회장 형에게 전화해 얘기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줬어요.” 그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팸플릿을 보고 로봇 동아리에 가입했고 동아리 회장까지 맡은 바 있다. 그 때는 즐기는 수준이었지만 대학에 들어와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고. 때문에 타학부지만 선뜻 지원할 수 있었단다. 우리 팀은 좋은 성과를 일궈낸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있을 다른 대회를 또 준비 중이다. ‘로봇’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Robotics의 열정이 다른 곳에서도 그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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