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워킹' 더그 라이만 감독
'카오스 워킹' 더그 라이만 감독

   상대방의 머릿속을 서로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영화 <카오스 워킹>은 이토록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작품이다. 3부작으로 구성된 동명의 원작 소설은 34개국의 베스트 셀러로 오를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마을 ‘뉴월드’에는 여자는 없고 남자로 가득하다. 뉴월드의 마지막 소년 토드(톰 홀랜드)는 뉴 월드의 통치자 데이비드(매즈 미켈슨)의 비호 아래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뉴 월드에 소녀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가 불시착하게 되고, 토드는 바이올라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바이올라는 토드나 주민들과 다르게 여자이자 생각을 읽어낼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바이올라는 토드가 지금까지 쌓아 두었던 편견을 허물기 시작하고, 바이올라의 등장으로 뉴 월드에 담겨 있는 추악한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바이올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가치관과 편견, 그리고 차별을 벗어던지기 시작한 토드는 결국 바이올라의 탈출을 돕게 된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은 데이비드와 주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두 인물이 시련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세계에 창궐한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것이 인간을 잠식하고 있는 편견임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생각을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바이러스이기에 이는 획일화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역설을 뜻하기도 한다. 영화 <카오스 워킹>은 참신한 발상과 깊은 메시지만큼 머릿속의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한다는 점에서 시각적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개인의 상상이 선명해질수록 그 상상이 사실적인 환영이 되어 상대에게 착시를 일으키기에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구분하는 부분 역시 흥미롭다. 환상과 현실이 어지럽게 공존하는 뉴 월드의 세계에서 토드와 바이올라가 선택하는 세상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결국 진실을 구분하는 변별력은 편견을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