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한 게시글에서 모 인터넷 강사의 발언을 캡처한 것을 보았다. 논지는 “꿈은 명사여서는 안 됩니다. 잡(job)은 명사일 수 있어도, 꿈은 동사여야 합니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직업을 갖는 것은 꿈을 실현한 것이 아니며, 꿈을 이룬다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일련의 동작성을 가진 행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은 이를 도와주거나 뒷받침해 주는 도구일 뿐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난 교사가 될 거야”라는 것은 꿈이 아니라, 직업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교사가 된 후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계획하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꿈이다.

  지극히 옳은 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여기거나 머리로는 공감해도 실제로는 현실에 타협하며 지금 당장에 안주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당장 나부터가 그렇다. 현재 필자는 공무원을 준비 중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 직업의식 등 화려한 미사여구를 제외하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여 준비하는 이유를 냉정하게 말하면 그저 정년보장,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작 공무원이 되어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고민은 뒷전으로 미뤄두지 않았나에 대한 부끄러움이 든다.

  흔히 사람들은 “내 꿈은 OO에 합격하는 거야”, “내 목표는 OO가 되는 거야” 라고 말한다. 물론 직업을 얻는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취업이 세부목표 하나를 달성한 것 정도가 될 수는 있지만,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민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감, 직업정신 등의 이야기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한 개인의 문제이다.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곧 행위의 원동력이다. 꿈을 가진다는 것은 역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생의 목표를 단순히 직업 선택에 국한해 버린다면, 목표 달성 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적어도 20대 후반 혹은 늦어도 30대 초반에는 직업을 얻고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흔히들 100세 시대라고 한다. 30년 만에 목표를 이뤄버리면, 70년가량을 그저 하루하루 버텨가며 사는 것이다.

  물론 이를 옳지 못하거나 나쁘다고 판단할 자격은 필자에게 없음이 자명하고, 이 역시 개인의 삶이고 개인이 선택한 것이기에 타인에게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을 읽는 독자가 잠시나마 쉬어가며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인생이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회의론적인 말이 아닌가 싶다가도, 명백한 사실이기에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현시점에서는 너무 목적지가 멀지 않은가. 너무 멀리 바라보면 지치기 마련이니, 가끔은 보다 가까운 목표 지점을 바라보며 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