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는 “남자가 증권회사에 다니면 딸 주지 마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주식 투자하면 그나마 있던 재산도 말아먹기 때문이다. (필자는 증권회사의 자회사인 선물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장인 어른께서 다행히 先物이 무엇인지 모르셔서 장가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주식 투자하면 재산을 말아먹기 쉬운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인간의 본성에 있다. 공자, 맹자와 함께 대표적인 유학자인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여 그대로 두면 서로 싸우기 마련이니, 이를 고치기 위해 예의를 배우고 정신을 수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인간의 본성은 주식 투자하면 손해를 보도록 되어 있으니, 공부를 하고, 마음을 닦아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바꾸어 말하고 싶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네만에 의하면 인간은 직관(시스템1, 휴리스틱)과 이성(시스템2, 최적화)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직관은 효율적이고 빠르게 생각하고, 이성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느리게 생각한다. (공부하 기가 싫을 때, 콜라와 쵸콜렛이 있으면 공부가 잘되는 이유이다.) 인간은 직관을 작동시켰음에도 답이 나오 지 않을 때 이성을 작동시켜 의사결정을 한다. 그런데, 직관은 논리적으로 이유를 찾고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답이 나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게 의사결정 오류를 만든다. 이러한 사고방 식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한 원시인이 동굴에 나와 수렵을 하기 위해 숲으로 향하고 있다. 그 런데, 숲에 먼저 갔던 동료들이 허겁지겁 숲에서 동굴 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이때 이 원시인은 직관적으로 뒤로 돌아 같이 도망치는게 맞을까? 아니면 이성을 통해 동료들이 뛰어오고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는게 맞을까? 맹수가 뒤쫓아오고 있어 동료들이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다면 원인을 생각하지 않고 직관 이 지시하는 대로 뒤로 돌아 같이 도망치는게 맞을 것이다. 이성을 돌린 어느 원시인이 있었다면 맹수에 잡아 먹혔을테고 그 원시인의 유전자는 후대에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바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군집행동 을 하는 이유이다. 이성을 돌렸다면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는 행동이 옳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본능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라고 명령한다.

  전설적인 성과를 기록했던 펀드매니저 피터린치는 “칵테일파티장세이론”을 주장한다. 칵테일파티에서 자 신이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치과의사 옆에 모여서 파티 내내 환담을 할 때가 시장의 바닥이다. 사람들이 펀드매니저와 잠시 이 야기를 나누다가 치과의사 옆으로 모이면 시장이 반등 을 시작한 때이다. 사람들이 펀드매니저 옆에 모여서 펀 드매니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는 이미 시장이 상 당히 상승한 이후이다. 시장의 꼭대기에는 잠시 펀드매 니저의 이야기를 듣다가 치과의사가 자신의 성공담 또 는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이야 기를 파티 내내 한다. 그리고, 펀드매니저 조차도 며칠 후 그 종목이 오르면 내가 왜 그 이야기를 듣고 매수하지 않았는지를 후회한다. 피터린치는 주식에 관심이 없을 때 매수하고, 관심이 끓어 오를 때 매도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여전히 대다수 의 사람들은 몰려다니며 매수하고 매도한다. 남들과 같 은 행동을 할 때 본능적으로 마음이 편하도록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식투자를 할 때 이성까지 작동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배를 채우고 나서 쇼핑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배가 고프면 식욕이 탐욕으로 바뀌어 충동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핸드폰으로 주문을 하곤 하는데, 본능에 의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간단한 매매 이유라도 투자 일지에 메모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에 쓴 투자 일지를 읽으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혹하고 살 마음이 생겼으면 왕창 사지 말고, 1주만 사서 탐색하라고도 한다. 또는 관심종목에 등록해두고 1주일을 기다린 후 사라고 한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신이 혹한 이야기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라는 이야기도 있다. 투자할 때마다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성이 작동한다. 수사에 혹하지 말고, 반드시 숫자를 확인하라고도 한다. 약장수 말에 혹해서 충동 구매하지 말고, 성분의 효능이 검증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공부를 하고, 마음을 닦아서 주식 투자에서 본능을 멀리하는 것이다. 건전한 투자는 무릇 이러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머리에 박아두면, 말도 안되는 투자로 손실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피터린치는 “공부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패를 보지 않고 카드를 하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남의 패는 모를지라도 적어도 자신의 패는 확인하고 베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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