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하고 있는 워렌 버핏의 사무실에는 한 야구선수가 타석에 서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고 한다. 이 선수는 메이저리그 160년 역사상 4할 타자와 트리플 크라운을 동시에 달성한 단 4명 중 1명, 테드 윌리엄스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 존을 77개로 나눈 후, 오직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만 노렸다고 한다. 자신의 분석에 의하면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타율이 4할을 넘어가지만, 바깥쪽 낮은 코너로 들어오는 공을 치면 타율이 0.235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만 끈기있게 기다렸다. 결과는 전설이다. 테드 윌리엄스는 19년 동안 2,292 게임에서 통산 타율 0.344를 기록했고 1966년 93.4%의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타율 0.406을 기록한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4할 타자는 다시 등장하지 않고 있다.

  워렌 버핏은 투자가 야구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삼진아웃이 없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방망이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된다. 가장 확실한 투자 기회가 왔을 때만 투자한다. 그보다 덜 확실한 투자 기회를 놓친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투자 기회를 놓쳤다면 돈을 못 번 것 뿐이다. 확실하지 않은 투자 기회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워렌 버핏은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테드 윌리엄스가 한 가운데 공만 노렸듯이 능력범위 안에서만 투자하라는 것이다. 워렌 버핏은 아마존, 구글에 투자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실수라고 자인한다. 그렇지만, 기술은 이해할 수 있는 능력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았다. 워렌 버핏은 2010년 이후 수익도 나지 않는 현금을 너무 많이 쌓아 두어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묵묵히 기다리다가, 2020년 3월, 코로나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거액의 투자를 하였다. 공이 한 가운데 들어오자마자.

  일반 투자자의 능력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은 투자과정을 자산배분, 시점선택, 종목선택으로 나누어 별도의 부서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다. 필자는 고영은 군과 함께 연기금의 투자성과를 분해한 논문을 2020년에 <재무관리연구>에 실었다. 연기금은 자산배분으로 투자성과의 97.69%를, 종목선택으로 5.54%를 달성했다. 시점선택은 –3.23%로 투자성과를 갉아먹고 있었다. 전문 투자자인 연기금 관리자도 시점선택으로 돈을 잃고 있는데, 시점선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반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이전 칼럼에서 모멘텀거래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는데, 이러한 조언의 또 다른 이유가 시점선택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가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영역은 자산배분이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몇 %만큼 투자할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자산배분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야겠지만, 대략적인 자산배분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최근 Target Dated Fund라는 상품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 가보면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적정 위험자산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위험자산 비중이 정해졌다면, 이 비중 만큼 전체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자. 요즘에는 비용도 낮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인덱스펀드의 일종인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도 있다. 금리도 낮으니 안전자산의 비중만큼은 그냥 현금으로 두자. 요즘 증권회사에서는 CMA(Cash Management Account)라는 것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계좌에 현금을 두면 작기는 하지만 이자가 붙는다.

  종목선택은 스트라이크 존임에도 타율이 떨어지는 영역이다. 해당 영역의 공을 치는 능력이 있는 타자라면 노려봄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노리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종목선택능력이 있는지 대략적이기는 하지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 HTS에 들어가면 본인의 수익률을 일별, 월별로 제공한다. 이 수익률을 주가지수와 비교해보자. 종목선택능력이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 장기간의 수익률이 필요하지만, 그나마 있는 최대한 긴 수익률로 비교해보자.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험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건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수익률이 주가지수의 등락률 보다 낮다면 ETF의 비중을 늘리고, 높다면 직접투자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 누군가 위험자산의 100%를 직접투자로 하고 있다면, 이는 정답이 아닌 게 확실하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워렌 버핏은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가 아니다.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너 능력범위를 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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