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100원을 주는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에 참가하겠는가? 동전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각각 1/2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 참가할 때의 기대 수익은 0원이다. 이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을 때는 받을 돈도, 줄 돈도 없으니 기대 수익이 0원이다. 그러나, 참가하는 것은 돈을 받을 수도, 줄 수도 있는 불확실한 기대 수익이 0인 반면, 참가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게 기대 수익이 0이다. 이러한 경우, 게임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간혹 게임에 참가하겠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지만, 100원을 1억 원으로 바꾸어 질문하면 게임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기대 수익이 동일하더라도 손실을 볼 위험이 있는 대안을 싫어한다. 사람들을 이 게임에 참가시키기 위해서는 기대 수익을 높여야 하며, “위험이 높으면, 높은 수익을 요구해야 한다(High Risk, High Return)”라는 월스트리트의 격언이 나온 이유이다.

  이제 게임의 규칙을 조금 바꿔보자. 동전 뒷면이 나오면 투자금의 50%를 주고, 동전 앞면이 나오면 60%를 받는 게임이 있다면 이 게임에 참가하겠는가? 이 게임에 참가할 때의 기대수익률은 5%(=-50%*0.5+60%*0.5)이다. 우연성을 없애기 위해 아예 처음에는 동전 뒷면이 나오고, 다음에는 동전 앞면이 나오게 되어 있다고 하자. 이 게임에 참가하겠는가? 정답은 “참가하지 않아야 한다”이다. 100원을 가지고 이 게임에 참가했다고 하자. 그러면 첫 번째 게임 후의 나의 돈은 50원(=100+100*-0.5)이다. 그리고 두 번째 게임 후에는 80원(=50+50*0.6)이다. 반토막난 투자금을 원금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60%의 수익이 아니라 100%의 수익이 나야 한다. 먼저 손실을 보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동전 앞면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동전 뒷면이 나오는 경우의 결과를 계산해보라.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다. 손실이 날 수 있으면, 수익은 손실보다 훨씬 커야 결과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격언은 “High Risk, High Return”이지만, 어쩌면 “High Return, High Risk”가 더 와닿는다.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면, 높은 위험을 의심해보라”라는 것이다. 혹시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재무장관인데, 해외은행 계좌가 동결되어서 그러니, 100달러를 보내주면 1년 후 200달러를 보내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는가? 이런 이메일을 받으면 십중팔구 사기라고 생각하고 이메일을 지워버릴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이런 이메일을 무시한다면, 이런 사기 이메일을 시도할 이유가 있을까? 여전히 많은 사기 이메일이 온다는 것은 사기 이메일에 현혹되는 사람도 있다는 증거다.

  다단계 판매 사기에 속아 거액을 탕진했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다단계 판매 사기는 “폰지사기”라는 고전적인 금융사기의 재현이다. 찰스 폰지는 1920년대에 실제 아무런 이윤 창출이 없지만, 우표와 국제회신우표 간의 차익거래로 이윤을 낼 수 있다고 속여 신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이들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지급하였다. 신규 투자가 계속되는 한 사기 행각이 지속될 수 있었지만, 사기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규 투자가 멈추자 투자자들은 투자금 전부를 잃게 되었다. 다단계 판매 사기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이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터지기 전에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거액을 벌 수 있어서 계속 했다고 한다.

  시장이 버블이라고 생각하면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팽창하니 자신은 터지기 전에 빠져나오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게임스탑에 투자한 서학개미 중에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나는 단타로 빠져나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무사히 빠져나와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행동이 조금 늦어 거액을 탕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놀이동산에는 두 종류의 롤러코스터가 있는데, 하나는 어른이 타는 청룡열차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이 타는 비룡열차다. 아이들과 같이 비룡열차를 타보면 정말 재미없다. 롤러코스터는 모름지기 수직 낙차가 커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야 제 맛이다. 그런데 수백만원, 수천만원 내고 롤러코스터를 탈 필요가 있을까? 흥분을 느끼고 싶다면 수익이 크기 때문에 반대 급부로 손실도 클 수 있는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청룡열차를 타면 되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딱 두가지의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 다고 한다. 첫 번째 투자원칙은 “돈을 잃지 말라”이고, 두 번째 투자원칙은 “첫 번째 투자원칙을 잊지 말라”이다. 이 투자원칙을 따르자면 별로 올라가지도 않고, 별로 내려가지도 않지만 장기적으로 올라가는 밋밋한 비룡열차 같은 투자를 하면서 지루하게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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