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지난달 26일(금)에 이어 두 차례 보류됐다. 해당 법안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취소 사유 및 기간을 강화하는 이른바 ‘의사면허 취소강화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의사가 기존의 ‘의료법 제8조 결격사유 등’에 명시된 면허 취소 사유 외의 중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는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현행법상 의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의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면허가 영구적으로 취소되지 않으며, 설령 취소되더라도 해당 의사의 면허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뚜렷한 뉘우침을 보이면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거쳐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다. 이 중 △자격 정지 처분 기간 중 의료행위 △면허 조건 불이행 △면허증 대여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는, ‘의료법 제65조 면허 취소와 재교부’에 명시된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이 지나면 재교부가 허용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14일(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취소됐던 의사 면허 재교부 비율이 약 91.7%에 달했다. 지난 2014년 3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면허가 취소된 의사도 2017년 4월에 면허를 재교부 받은 바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국회에서는 의사면허 취소강화법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해왔다. 이 중 지난해 9월 28일(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 관련 법령과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출소 후 5년, 집행유예의 경우는 유예 기간 종료 후 2년간 의사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19일(금), 의료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8건의 법안의 통합 및 조정을 위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의견을 반영해 의료 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한 조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렇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조정된 의료법 개정안조차 국회 법사위 논의에서 두 차례 제동이 걸려 입법에 실패했다. 해당 조정안에 의료계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경우가 너무 다양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도 법사위 전체회의 논의를 보류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해당 개정안이 헌법의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범죄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헌법 가치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의사면허 취소강화법 찬성에 대한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단체 및 전문가들의 찬성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000년 의료법 개정 이후 의료인 결격사유는 모든 범죄에서 보건의료 관련 일부 범죄로 완화돼 유독 전문 직종 중 의료인만 특혜를 용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 출신 박호균 변호사는 “미국은 형사상 유죄 전력이 있으면 의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의사가 윤리적으로 적절한 자격을 가졌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면허 취소강화법에 대해 대중들 또한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23일(화)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의 ‘금고 이상 범죄 의사 면허 취소 찬반’ 조사 결과, 찬성이 68.5%, 반대가 11.7%로 나타났다.


  한편, 법사위가 두 차례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보류한 것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강 의원은 “국민들이 원하는데 무슨 권한으로 법사위가 논의를 미루냐”며 비판했다. 또한 법사위는 지난 16일(화)에 예정된 의료법 개정안 논의를 보류하며 해당 개정안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강력 범죄에만 적용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지난 2일(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법사위가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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