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식 열풍,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영끌빚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를 줄인 말이다. 20·30세대가 왜 영끌빚투하는지 물었더니 한 심리학 교수는 “취직도 잘 안 되고, 결혼도 힘들고, 집 장만하기도 어렵고,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아니고. 사면초가라서”라고 답한다. 인생에 답이 보이지 않으니, 빚내서라도 투자해서 답을 찾자는 심정은 공감 간다. 그런데, 과연 영끌빚투가 답이 될 수 있을까?

  100만원으로 100억 원을 만들려면 100% 수익을 몇 번 얻으면 될까? 14번 내면 164억 원이 된다. (100% 수익을 내기가 쉽냐고 반문한다면, 30%의 수익은 어떨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은 30%이다. 36번 내면 126억 원이 된다. 그러니 20세가 1년에 딱 한번 상한가로 가는 종목에 투자해서 36년만 성공하면 56세에 126억 원 부자가 된다.) 문제는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면 손실을 볼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100만 원으로 13번 100% 수익을 올려 82억 원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1번 –100%이면 깡통이 된다.

  이제 내 돈 100만 원에 100만 원을 빌려서 200만 원 투자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200만 원 투자해서 100% 수익을 올리면 400만 원이 되는데, 이 중 빌린 돈 100만 원을 갚고 나면 내 돈은 300만 원이 된다. 돈을 빌려서 투자 금액을 2배로 늘리면 수익률은 100%에서 200%로 2배가 된다. 그러니 9번만 성공해도 197억 원이 된다. 그런데, 수익률 증폭 효과는 손실이 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200만 원을 투자해서 –50%이면 100만 원이 되는데, 이 중 빌린 돈 100만 원을 갚고 나면 내 돈은 남지 않는다. 돈을 빌려서 투자금액을 2배로 늘리면 수익률이 –50% 이더라도 깡통이 된다는 것이다. 돈을 빌려서 투자금액을 2배로 늘려 100% 수익률 투자에 8번 성공해서 66억을 만들었더라도 마지막 1번 –50%이면 깡통이 된다.

  누군가는 반토막 나는 일(수익률 –50%)이 흔하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래서 KOSPI 지수가 반토막 나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지 조사해보았다. KOSPI 지수가 최고치에서 50% 하락하는 일은 2010년대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1990년대, 2000년대에는 10년 중 3년(발생확률 30%)이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 10년간 50% 급락하는 일이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개별 종목은 어떨까? 2020년은 KOSPI 지수가 30.8% 상승한 해이어서 대부분의 개별 종목이 상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81개 종목 중 55개 종목(발생확률 2.41%)가 50% 이상 하락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평소에는 빚투하지 않고, 확신이 있을 때만 빚투를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한번 빚투해서 성공하면, 다음에도 확신이 있을 때 빚투를 하지 않을까? 빚투가 반복되고 나면 그 다음에는 과거보다 덜 확신이 갈 때도 빚투를 하지 않을까? 점점 확신의 수준이 낮아지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언제나 빚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터지게 된다. 빚투의 또 다른 문제는 이성이 아닌 본능에 의한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롤러코스터처럼 손익이 더 많이 출렁거리면 아드레날린이 넘쳐흐르게 된다. 그리고, 본능에 따르면 잘못된 결정을 하기 마련이다.

  빌려서 투자하는 것이 아닌데도 빚투효과를 내는 투자상품이 있다. 레버리지 ETF와 곱버스 ETF이다. 레버러지 ETF는 기준지수가 1% 상승할 때 가격이 2% 상 승하고 곱버스 ETF는 기준지수가 1% 하락할 때 가격이 2% 상승하는 상품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482개의 ETF가 상장되어 있는데, KOSPI200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와 곱버스 ETF가 전체 ETF 거래대금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빚투하지는 않지만 빚투효과를 내는 상품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들은 이 투자로 돈을 벌었을까? 레버리지 ETF에서 개인투자자는 2010년 상장된 이래 7,906억 원 누적 손실을 보았고, 곱버스 ETF에서 2016년 상장된 이래 5,269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특히, 곱버스 ETF에서 개인투자자는 2020년에 4,638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2020년은 주식시장이 상승했으니까 곱버스 ETF에서 손실을 보는 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레버리지 ETF에서도 5,450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 올라가는 것을 예측하든, 내려가는 것을 예측하든 개인투자자는 예측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곱버스에 대응되는 -1X ETF에서는 개인투자자의 2020년 손실이 29억 원에 불과하고, 레버리지 ETF에 대응되는 +1X ETF에서는 오히려 64억 원 이익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빚투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확신을 과대평가하는 자신과신의 편향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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