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아나쉬 차칸티 감독
'런' 아나쉬 차칸티 감독

  영화로 <서치>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차기작 <런>은 감독 특유의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SNS와 CCTV를 활용하여 새롭고 독창적인 연출을 보여준 <서치>가 그러하듯 영화 <런>에서도 일상생활 속 발생하는 반전과 공포를 참신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클로이(키에라 앨런분)는 천식, 당뇨, 하반신 마비로 몸이 불편하다. 엄마 다이앤(사라 폴슨)은 장애가 있는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다이앤의 노력으로 클로이는 밝고 긍정적으로 자란다. 클로이와 다이앤은 그 어떤 모녀 관계보다 끈끈한 애정을 자랑하는 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숨겨져 있다. 바로 클로이를 둘러 싼 환경이다. 청소년이 되었음에도 클로이는 외딴 시골 마을에서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클로이의 세계는 엄마가 전부이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스릴러의 형태로 변하는 순간도 클로이의 세계에 금이 가고부터이다. 우연한 계기로 클로이는 어머니가 처방해 오는 약병에 의문을 품게 된다. 약병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어머니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의심을 해소하고자 자신이 먹었던 약을 검색해 보려고 시도하지만 인터넷이 끊기는 위기에 처한다. 인적이 드문 시골집, 의문의 약, 자신을 감시하는 엄마까지.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에 의문이 들고부터 영화 <런>은 숨 막히는 공포를 선보인다. 전작 <서치>에서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한 처절한 부성애가 주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영화 <런>은 비뚤어진 모성애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그려낸다. 제목에서 그러하듯 엄마와 약에 대한 비밀이 풀리기 시작하며 클로이는 ‘런’을 시도한다. 바로 엄마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가장 끔찍한 공포를 준다는 점에서 아나쉬 차간티 감독은 일상이 주는 공포에서 나아가 가장 가까운 대상이 주는 공포로 세계를 확장시킨다. 과연 클로이는 ‘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전히 우리 주변 곳곳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빌미로 고통 받는 ‘클로이’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영화 <런>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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