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은 하와이 혹은 캘리포니아에서나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였다. 그런데 최근 이 스포츠에 젊은이들이 열광하기 시작했고 대표적인 여름 스포츠 문화가 됐다. 올해 ‘트렌드코리아2021’에서도 #오하운(오늘하루도운동합니다)라는 키워드와 함께 “국내 서핑 인구 최근 5년 새 400%로 급성장”, 소수의 전유물인 서핑의 대중화를 소개했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위해 1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동해를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동해 양양의 인구해변과 죽도해변은 제일 선호하는 다이빙 포인트였다. 5년 전 부터였다. 죽도해변에 교육을 하러 이동하고 있는데 바다 위에 검은색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몰려 앉아 있었다. 바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생소하고 우습기도 한 광경이었다. 서핑을 타기에는 외국처럼 파도가 높지 않은데 이런 곳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그러나 사실 죽도해변은 수심이 낮아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일반인이 즐기는 데 적당한 파도의 높이였다. 이를 깨닫고 그해 여름 휴가에는 60대 아버지와 조카들까지 함께 죽도해변에서 서핑을 배우고 즐겼다

  매해 양양에서 서핑을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양양 주변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이색적인 서핑샵들과 음식점들이 빠르게 생겨났다. ‘민박’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던 허름한 건물들은 현대식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 했으며, 횟집이나 일반 식당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패스트푸드점과 퓨전음식점들로 바뀌고, 젊은 감성의 카페와 펍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경운기와 트럭이 다니던 시골 거리에 지상 서핑연습을 즐기며, 서프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 2012년에 2곳 밖에 없던 서핑샵이 이제는 40곳이 넘는다. 인구해변 쪽은 이태원처럼 카페와 펍들이 많이 생겨 양양에서 제일 유명한 핫스팟이 되기도 했다. 5년 사이 죽도해변과 인구해변은 서핑을 즐기러 온 20, 30대의 젊음을 상징하는 거리가 됐다. 또한 이제 서핑은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됐다. 다른 계절보다 질이 좋은 겨울 파도는 서퍼들에 게 겨울서핑을 즐기게 한다. 올해는 양양군에서 겨울 서퍼들을 위한 스파 라운지도 설치해 따뜻한 스파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실제 겨울시즌 주말 약 100여명의 겨울서퍼들이 양양을 찾는다. 한국관광공사에 의하면 양양군은 지난 한해 2019년 대비 방문객 수가 10%가 늘어났으며, 이는 전국 최고의 증가율이었다. 이는 코로나19로부터 비교적 청정 지역인 양양에서 안전한 서핑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핑이란 쉽게 말하면 파도타기이다. 보드를 이용하여 수면 위를 내달리며 각종 묘기를 부리는 해양스포츠다. 우리나라의 서핑 포인트로는 대표적으로 제주도의 중문색달해수욕장이 가장 오래되었고, 부산의 송정해수 욕장과 서울에서 높은 접근성으로 최근에 뜨고 있는 동해 양양이 있다. 서핑은 전문지도자로부터 2시간 정도의 이론 및 실기교육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이후 하루 종일 바다 위에서 파도를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서핑은 넓은 바다에서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즐기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와 순리에 삶의 방식이 전환되는 매력적인 스포츠다.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일상의 문제들은 사소함으로 바뀐다. 완전히 똑같은 바람과 파도는 하나도 없다. 아무리 비슷한 바람과 파도를 연습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바람과 파도를 만난다. 이를 겪고 나면 일상에서 계획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겸손 해진다.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여유롭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서핑은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해 보드에 앉아 멀리서 오는 물결을 보며 기다리는 기다림의 스포츠다. 드디어 기다리던 파도가 왔을 때, 양팔로 힘껏 패들을 하면서 고민할 것 없이 과감하게 파도를 타야 한다. 각자의 삶에서도 멋진 서핑을 위해 멋진 파도가 언젠가 올 것이라 확신을 가지자. 불투명한 미래로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조차 즐겁게 기다리며 최선을 다하는 오늘 하루를 보내자.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올라타야 한다

  한편 서핑은 좋은 파도가 오더라도 이미 다른 서퍼가 옆에 탔다면 양보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옆의 서퍼에게 서로의 안전을 위해 파도를 양보하듯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와중에도 모든 것이 내 것이어야 한다는 욕심은 내려놔야 한다. 도시의 치열한 경쟁과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매일 불안하고 조급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그리고 젊은 靑春들. 거대하고 드넓은 바다 위의 서핑을 통해 자연이 주는 여유와 자연의 순리와 법칙들을 받아들이며 나의 일상을 돌아 볼 수 있는 스포츠 하나 쯤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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