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이론이 “효율적 시장가설”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가 주장한 이론으로 “현재의 주가는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어서 미래 주가는 예측할 수 없다”가 그 주요 내용이다.

  유진 파마 교수는 나아가 정보를 유형별로 구분하여 세 가지 형태의 효율적 시장을 이야기한다. 그 첫 번째는 약형 효율적 시장가설로 현재의 주가는 모든 시장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정보란 시장에서 형성되는 정보로 주가, 거래량 등과 같은 것이다. 과거 및 현재의 주가, 거래량 등으로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이다. 그러니까 시장이 약형 효율적이면 기술적 분석으로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중강형 효율적 시장가설로 현재의 주가는 모든 공적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 정보란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로 상장기업이 투자자에게 공시하는 정보가 대표적인 예이다. 공시 정보 중에 하나가 기업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재무제표이다. 재무제표 등을 분석하여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기본적 분석이다. 시장이 중강형 효율적이면 기본적 분석으로 미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다.

  마지막은 강형 효율적 시장가설로 현재의 주가는 모든 사적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적 정보란 일부 시장 참가자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로 기업의 경영진과 같은 내부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 애널리스트나 펀드 매니저와 같은 전문가들만이 알고 있는 정보가 그 예이다. 시장이 강형 효율적이면 내부자나 전문가조차도 미래 가격 예측을 통해 돈을 벌 수 없다.

  하여튼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어떤 정보로도 미래 가격은 예측할 수 없고,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없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지금 쓸데없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효율적 시장가설이 틀렸다는 증거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논리적 모순도 가지고 있다. 유진 파마 교수는 효율적 시장이 성립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 그 정보는 언젠가 반영될 것이므로 이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주가를 상승시키는 정보가 있는데, 이것이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주가가 상승할 것이므로 주식을 매수하여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주식을 매수하면 주가는 상승하여 반영되지 않았던 정보를 반영하게 된다. 그러니까 시장이 비효율적이면 이로부터 돈을 벌려는 매매로 인해 시장은 효율적이게 된다. 고로 시장이 효율적인 이유는 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로 인해 시장이 효율적이게 되면 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들의 거래로 거래비용만 지불할 뿐이다. 즉, 시장이 효율적이면 시장을 효율적으로 만들 사람이 없어서 시장 효율성이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유진 파마 교수는 이런 황당한 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이론의 이름에 “가설”이란 단어가 붙어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설이란 증명할 수 없거나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진실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될 때 붙이는 단어이다. 그러니 이론을 주장한 사람조차도 이 이론이 항상 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참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의도 길바닥에 5만 원 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 우연히 5만 원 짜리 지폐를 떨어뜨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본 다른 누군가가 5만 원 짜리 지폐를 잽싸게 주울 것이다. 따라서, 여의도 길바닥에 5만 원 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는 사건은 매우 희박할 것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시장이 비효율적이어서 미래 주가를 예측해서 돈을 벌 기회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시장 효율성은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을 벌 기회가 생기면 누군가는 그 기회를 잽싸게 낚아챌 것이다. 고로 시장 비효율성은 존재하더라도 매우 희박하게 존재할 것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의의는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가 힘들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데 있다.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자. 세상에는 주식을 업으로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돈 벌기가 쉬웠다면 그 사람들은 왜 여전히 주식을 업으로 하고 있을까? 벌써 은퇴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주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 조차도 주식투자로 돈 벌기 쉽지 않다. 그러니 주식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돈 벌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가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것이 다음 칼럼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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