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사무소 전자팀 황용기(정통전.08졸업)씨



우리학교 민주로에 새로운 플래카드가 걸렸다. 그 플래카드에는 ‘변리사 합격’자 황용기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흔히 ‘공대와 법대의 지식을 접목한 최고의 전문직업’이라 불리는 변리사는 시험도 까다롭고, 정원도 200명으로 한정돼 있어 그 명성이 자자하다. 우리학교에는 합격한 사례가 드문 변리사, ‘특허, 실용신안이나 의장 및 상표 등에 관한 업무를 대리하거나 감정하는’ 직업에 당당히 발을 들인 그를 만나보았다.


황용기 씨가 처음부터 ‘변리사’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되려 정보통신전자공학부(이하 정통전) 학생으로 전공 공부에 흥미를 두고 있어 대학원 진학도 노리고 있었단다. 그럼에도 변리사 시험을 준비한 이유는 대학원은 나중에 취업하고서라도 갈 수 있지만 고시는 지금 해야 할 것 같았다고. 공대 학생에게 주어지는 한정된 길을 벗어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했다.


“변리사 시험 준비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힘들었던 과거를 곱씹으려 하기보다 그저 담담하게만 털어놓던 그가 시험 준비에 있어서만큼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변리사 합격자 수가 극히 적고, 정통전 학부에서도 단 1명뿐이라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컸단다. “다른 대학교의 도서관에 다니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스터디를 해야 했다”며 “타대의 경우 시험에 관한 정보를 알기 쉽고 시스템도 잘 돼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1차 시험에서 2문제 차이로 떨어졌다”고 말하는 순간 기자까지 탄성 짓게 만드는 그 아쉬움이란. 아무리 좋은 시험이라도 나름의 요령과 기술이 있다. 이를 전혀 알지 못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변리사 자격증을 거머쥐고 취업까지 성공했지만 “학부 지식과 변리사로서 해야 할 전문지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아직 할 일이 많단다. 변리사의 3대 자질이라 불리는 ‘전공’,‘법’,‘외국어’에서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는 말씀. 최초란 이름을 걸고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고급 지식을 쌓는 것은 필수요, 특허를 신청하려면 법에 대해 아는 것은 기본이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해외출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므로 외국어에 소홀할 수가 없다.


외국어는 회화, 작문, 번역 등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력을 요하므로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 공부를 더 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애초에 대학원에 진학하려던 마음도 있었고, 직무에도 꼭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새로 접한 직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지금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정보를 많이 듣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취업’이란 황금열매만 거머쥐면 끝이라고 생각했던가. 학생으로서 거쳐야 했던 시험들과 고시생으로서 받아들여야 했던 시험들을 거치고 나니 직장인으로서 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지만 더 발전하고 더 나아지려면 계속해서 주어진 일을 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앞날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묵직한 인내심이 엿보였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