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주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조차도 주식 투자로 돈 벌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돈 벌기가 쉽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30년간의 투자를 통해 돈을 벌었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최근 과거의 투자 성과를 검토하다가 놀랐다. 필자의 누적 손익이 대부분의 기간 중 손실이었으며, 최근에 와서야 이익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특징은 특정 기간에 엄청난 손실을 보아서 누적 손익이 급락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은 대체적으로 상승했다. 엄청난 손실을 본 기간에 어떤 투자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한참 동안의 생각 끝에 ELW, 선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ELW, 선물,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 투자자는 파생상품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그런데, 왜, 필자는 그때 그런 투자를 해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겨우 기억해낼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자신에게 좋은 것은 기억하지만, 나쁜 것은 잊는 경향이 있다. 나쁜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괴로워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리게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자신이 돈을 벌었는지, 잃었는지를 착각하지 않으려면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과거의 투자 성과 기록을 찾아보아야 한다. 다행히 HTS에서 과거의 투자 손익과 누적 손익을 월별로 제공하고 있다. 기억과는 달리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가 의외로 많을 것이다.

  과거의 투자성과를 찾아보니 이익을 보았다면, 자신은 돈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할까? 그렇지 않다. 주가 변동에는 정보보다는 잡음이 더 많아서 주가를 예측할 능력이 없더라도 우연히 큰 돈을 벌 수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따른 가설이 무작위행보가설(random walk hypothesis)이다. 무작위행보가설에 따르면 주가는 마치 술 취한 사람의 행보와 같아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 술 취한 사람이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주가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가설과 마찬가지로 무작위행보가설도 정의상 거짓이다. 주가 변동이 100% 무작위적이지는 않겠지만, 예측 불가능한 부분이 예측 가능한 부분보다 현저히 크기 때문에 거의 무작위적이라는 것이 진실일 것이다.

  주가 변동이 무작위적이라면 예측능력이 없더라도 우연히 큰 돈을 벌 수 있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받고, 동전 윗면이 나오면 100원을 주는 게임이 있다고 하자. 이 게임에서 이길 확률과 질 확률은 정확히 1/2이지만, 10번을 반복해서 10번을 다 이길 수도 있다. 물론 그 확률은 0.098%로 매우 희박하기는 하지만.

  실제 주식투자에서 얼마나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해보자. 2020년 KOSPI 지수는 248 거래일 동안 31% 상승하였다. 그 중 152 거래일(61%)은 상승하였고, 96 거래일(39%)은 하락 하였다. 주가 변동에 대해 예측능력이 없다면 1년간의 투자수익률은 어떻게 될까?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예측 정확도가 50%인 1,000가지 경우의 투자수익률을 산출해보았다. 상위 1%는 52%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나온다. KOSPI 수익률 31%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일 확률은 6.4%로 나온다. 2020년 주식투자인구가 약 1천만 명인데, 이들이 아무렇게나 KOSPI를 사고팔았다고 하더라도 64만 명(1천만 명*6.4%)의 투자자는 KOSPI보다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20년에 2,281개 종목 중 아무 종목이나 하나를 찍어서 1년간 보유했다면, 수익률 분포는 어떻게 될까? 상위 1%는 402%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으로 나온다. KOSPI 수익률 31%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일 확률은 34.2%로 나온다. 1천만 명의 주식투자자가 아무 종목이나 찍어서 투자했다 하더라도 342만 명(1천만 명*34.2%)은 KOSPI보다 초과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혹자는 나는 아무렇게나 찍은 것이 아니고 일련의 규칙에 의해서 선택하였기 때문에 운이 아니라 실력에 의해 높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작위적으로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나의 규칙이 예측능력이 없더라도 높은 성과를 냈을 수 있다. 높은 성과가 운에 의한 것인지, 실력에 의한 것인지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 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건 실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익과 손실이 불규칙적이라든가, 대부분의 기간에 손실이다가 특정 기간에 큰 이익이 발생해서 그 결과 이익이라면 그건 운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무작위적인 주가 변동이 이러한 패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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