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화)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상화폐는 ‘금융자산’이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말하며 오는 2022년부터 ‘2020 세법 개정안(이하 세법 개정안)’을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임을 재차 밝혔다. 이에 해당 개정안의 논의 단계부터 이어져 오던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가상화폐란 현실에서 사용되는 화폐가 아닌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거래되는 디지털 화폐이다. 이러한 가상화폐는 가격의 상승 및 하락 폭에 제한이 없어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크지만, 이로 인해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주로 투자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최근 가상화폐 가격의 연이은 상승으로 매매 차익을 노리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난 3월 4일(목)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초부터 지난 2월 25일(목)까지 약 두 달간 거래된 가상화폐 대금이 총 445조 2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일 년 동안의 거래대금이 356조 2,056억 원인 것에 비해 매우 증가한 수치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현재 저금리 상황에서 유동성 자금이 증가해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 지난해 12월 2일(수)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조항이 포함된 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개정안 이전까지는 가상화폐의 자산 인정 여부 및 개념이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통한 소득에 과세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대법원이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의 일종으로 인정함에 따라 과세 필요성이 지적됐다. 그 결과, 정부의 주도하에 세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세법 개정안에는 가상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50만 원 이상의 가상화폐 기타소득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타소득이란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퇴직 △양도소득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소득을 모두 통칭한다. 앞서 정부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가상화폐를 형태가 없는 가상자산인 ‘무형자산’으로 취급했다. 이어 현행법은 상표권과 같은 무형자산에서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법 개정안에서의 가상화폐 거래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가상화폐가 고액체납, 범죄자금 유통 등의 불법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아 과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실제 지난 3월 15일(월) 국세청은 가상화폐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 체납자 2,416명으로부터 366억 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고 채권을 확보한 바 있다. 서울특별시 이병한 재무국장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큰돈을 벌면서도 자산의 유형이 없는 상황을 틈타 재산은닉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액체납자가 있다”며 “과세를 통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2022년부터 세법 개정안 시행이 가시화되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 보호 제도 미비 △기타소득 분류 △손실액 미공제를 지적한다.

  우선,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보호제도 없이 과세를 강행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이 아니란 이유로 투자자 보호는 외면하면서 투자수익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실제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해외에서는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로 편입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부터 증권거래위원회가 연방법을 통해 가상화폐 발행 과정을 규제하고 있으며 유통 과정은 주 정부가 관리하고 감독하는 등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9년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관련 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지난해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개업은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현실의 가상화폐는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기타소득이 아닌 반복적 매매 형태를 가지는 주식 매매와 비슷하다는 점이 이유이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득을 주식처럼 금융투자소득의 양도소득세 부과 형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한국국제조세협회 이경근 전 회장은 “영국도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자산의 양도나 교환을 통해 실현된 이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자본소득으로 과세한다”며 국제회계기준을 고려해 가상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외에도 가상화폐에 대한 세금 책정 방식을 비판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의 기타소득세 과세 방법은 금융투자소득의 양도소득세 과세 방법과 매우 유사하지만 과세액을 다르게 산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본다. 주식은 손실액과 이익액을 합산한 금액에 과세하는 ‘손익 통산’ 계산법을 적용하지만, 가상화폐에는 손실액을 배제하고 이익을 얻기만 하면 과세하기 때문이다.
한편 가상화폐와 관련된 논의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7일(화)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투명화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월) 가상화폐 투자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