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목) 숭실대학교 총학생회 특별기구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남성들의 여성혐오적 폭력문화를 규탄한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윤지선 교수님과 연대하는 익명의 여성들 ‘여울’’과의 연대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는 곧 학생사회의 많은 규탄을 받았고, 결국 지난달 12일(월) 인권위 위원장이 일련의 과정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지난달 14일(수)에 개최된 2차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권위에 대한 징계 처분이 내려져 인권위의 사과문도 게재됐다.

  인권위의 연대 활동에는 분명히 잘못된 점이 있었다. 인권위는 사과문을 통해 ‘인권위 설립목적과 기조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활동을 진행한 점’과 ‘특별기구로서 학우들의 화해와 갈등 해소를 위한 경청과 소통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논의 없이 외부 단체와 연대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인권위의 기존 목적은 ‘학생들의 보편적 인권신장’이었지만, 연대에 동참한 행동은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최소한의 활동만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는 학생사회의 자정 능력이 있었다. 학생자치기구의 잘못된 행동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학생사회의 시선이 매우 날카로웠던 덕분이다. 총학생회 특별기구는 산하기구와 달리 독립적인 위상을 가지기 때문에, 특별기구에 대한 견제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직접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견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하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학생자치기구에 무관심한 대학가 상황에서는 더욱 의미 있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인권위가 진행해온 긍정적인 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19년에 처음으로 출범한 인권위는 그동안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체 텍스트 입력 △장애 학생 온라인 학습권 실태조사를 통한 장애 학생 학습권 개선 △숭실대학교 배리어 프리 맵 제작 △숭실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대체 텍스트 서명운동은 학과(부)차원까지 확대돼 시각장애 학생들의 정보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긍정적인 활동들은 지속되어야 한다.

  더불어 잘못된 연대 행동과 별개로 인권위 위원들에 대한 무분별한 개인적 비난을 경계해야 한다. 무분별한 비난과 혐오로 서로 헐뜯는 학생사회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성숙하지 못한 학생사회에서는 비난이 비난을 낳거나, 서로를 향해 화살을 겨누며 공멸을 자초한다. 앞으로도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건전한 견제를 통해 성숙한 학생사회로 나아가도록 스스로의 권리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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