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총동문회장 인터뷰] - 26대 총동문회 이덕실(법학ㆍ66학번) 회장



9월 26일(금) 제25차 정기이사회를 통해 26대 총동문회장으로 이덕실(법학ㆍ66) 동문이 선출됐으며, 지난달 28일(화) 이ㆍ취임식을 통해 정식으로 총동문회장에 취임했다. 취임을 축하하면서도 이덕실 동문회장이 그리는 동문회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선배이자 든든한 후원자로서 총동문회를 이끌어갈 이 회장을 만나 그의 삶과 동문회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법을 배우셨는데, 경영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꿈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는 일이었다. 어느 곳에서든 국가를 대표할 영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금융기관에 취업하게 됐다. 덕분에 졸업 후 10년간 경영관리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정부에서 처음 시행 한 자산운용교육을 받았는데 이 교육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돈은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포위해서 잡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자산운용이라고 했다. 이 부분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관련분야에 파고들게 했다. 기획실에 근무할 때도 이제부터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거두는 것이 아닌 지나가는 돈도 활용하는 자산운용을 해야 기업이 산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본인의 회사를 갖고 계십니다.

직접 경영을 하기로 맘먹고 일하는 곳을 그만둔 뒤 동업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이 성공하고 독립해 나와 회사를 차렸다. 내가 모든 것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 것을 가진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법을 배워 기술적인 부분에는 문외한이었지만 필요한 전문 인력을 채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론적인 부분을 위해 경영대학원에도 다녔는데, 필요한 바를 배우려고 하니까 더 의욕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휴대폰을 처음 들여 오셨다구요.

영국 테크노폰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휴대폰을 수입했다. 그 당시는 전화기를 사고 설치하기가 힘들던 때였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의 좋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기술을 찾던 중에 휴대폰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수입해서 판매만 하다가 조립해 생산하고 나중에는 국산화해서 팔 수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분야에 촉각을 세우시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신상품이나 신기술을 공개하는 전자쇼에 꾸준히 방문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렸지만 6,7년 간은 꾸준히 다녔다. 나는 한 십년단위로 분야가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처음엔 전자통신, 그 다음엔 센서, 그리고 지금은 생명공학 분야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가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자신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보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을 찾아 공급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종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라고 들었습니다.

지난 28년 동안 1500여개의 종을 모았다. 내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외 나갈 일이 많았는데 공항 대기 시간이 참 지루했다. 그 때 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그저 예쁘고 눈길이 가서 갔지만 점점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단순히 그 형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만든 소재나 소리 등 다양한 면을 살펴보게 됐다.
종은 지역을 대표하는 물건이다. 종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것들이 새겨져 있어, 종을 보기만 해도 어느 지역의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종이 내 추억을 여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단순한 취미 이상인 것 같습니다.

종을 모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이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지 어디에 쓰였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 밖에. 그렇다 보니 세계 곳곳의 유명한 종들을 보면 꼭 사진을 찍고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 이런 자료들을 모아 스크랩을 해놓기도 했다. 혼자만 이러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종 문화센터를 열어 천 개 이상의 종을 보유한 사람들을 10명 정도 모았다. 앞으로 이들과 좀 더 유대감을 형성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총동문회장이 되셨으니 동문회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동문회 활동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 무엇입니까.

세 가지를 역점으로 두고 있다. 우선 동문회를 힘있고 활기찬 젊은 조직으로 개편할 것이다. 타성에 젖은 동문회는 속도가 느리다. 부분적 태스크 포스를 통해 실행력이 강한 동문회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또한 동문회 모임을 피곤한 만남이 아닌, 재밌고 유익한 만남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정적 확충이 절실하다. 재정적인 기반이 부실하다 보니 동문회의 힘도 약한 형편이다. 모교나 동문의 도움없이 외롭게 성공하는 동문들이 많다 보니 학교에 정을 못 느끼기도 한다.


사실 재학생들에게 동문회의 존재는 미비한 편입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다. 동문회의 존재 자체에도 관심이 없다. 이는 결국 자기가 가야할 곳인데 인정하지 않는 꼴이다. 대학은 4년이지만 동문은 평생이지 않은가.
동문회가 잘 돼야 학교도 잘된다. 그동안 학교나 학생이나 동문회에 너무 무관심하고 애정이 없었다. 그러니 상호협조도 안될 수밖에 없다. 동문회를 더 빨리 변화시켜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시킬 것이다.
학교를 대표하는 건 동문이다.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건이 바로 동문 인 것이다. 연세대는 학교에서 동문회를 조직하고 열심히 지원했다. 지금은 동문회관까지 갖춘 동문회로 거듭났다. 동문회의 수익금은 결국 학교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재학생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한시바삐 모두가 동문회의 위치를 인식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선배로서 재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시기 바랍니다.

‘자강불식’을 가슴이 새기길 바란다. 이는 그동안 살아오며 깨달은 것이다. 사회는 남이 알아서 챙겨주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가 자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우리가 전자제품을 살 때와 같다. 우리도 물건을 살 때 기능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나. 또한 또래가 경쟁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5년 선후배가 바로 어깨를 겨눌 사람이다. 이젠 글로벌 시대니 그 상대가 더욱 많아졌다.
또한 우리는 한 발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모두와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1을 해야 하는 이유다. 언제나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준비해야 한다.

 



지난 동안 3개의 벤처기업을 운영해 온 그의 모습은 한 자리에 쉽게 안주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고 파고드는 데 익숙해 보였다. 박물관을 지어도 모자람이 없는 그의 종 수집만 봐도 그렇다. 재학생들은 동문회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회장은 이 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문회의 입지를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확신에 찬 그의 말이 실현될 날이 머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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