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는 불확실성을 가지는 투자다. 그것도 동전던지기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이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해리 마코위츠는 여러 종목에 나누어 투자해 위험을 낮추라고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지 마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넣었다가 떨어뜨리면 모두 깨질테니 여러 바구니에 넣어서 나쁜 일이 벌어지더라도 계란을 깨지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는 뉴스 화면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커다란 가방을 가진 장교가 뒤따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가방이 바로 핵가방이다. 핵가방을 항상 옆에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나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 그런데, 핵가방이 이외에도 2개 더 있다. 하나는 부통령이, 대통령과 부통령이 동시에 참석하는 행사에는 지정생존자로 정해진 내각 관료 중 한 명이 또 다른 핵 가방을 보관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까지 미국 대통령이 핵단추를 누를 수 없는 상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핵단추를 누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중요한 것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분산을 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성공을 100% 확신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하다면,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종목으로 분산투자를 해야 할까? 그 답이 그림에 나와 있다. 그림은 필자와 아주대 왕수봉 교수가 2016년 금융정보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나오는 숫자로 그린 것이다. X축은 종목수이다. Y축은 1994년~2013년 KRX에 상장된 보통주 2,654개를 동일한 비중으로 분산투자할 경우의 종목수에 따른 평균적인 월수익률 표준편차이다. 표준편차는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균으로부터 평균적으로 벗어날 거리이다. 1종목에 투자할 경우 표준편차는 25.7%인데, 이는 월수익률 평균이 10%이고 수익률이 정규분포라고 한다면 1종목에 1개월간 투자하면 –15.7%(=10%-25.7%)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100번 중에 16번을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여러 종목에 투자하면 표준편차가 줄어들며, 10종목에 분산투자를 하면 표준편차가 11.6%로 줄어든다. 이 경우 100번 중에 16번 일어나는 나쁜 경우의 수익률이 –1.6%로 줄어든다. 고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종목에 투자하면 된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렌버핏은 “분산은 무지를 감추기 위한 행위”라고 했다. 월가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피터린치는 “다각화(분산의 영어 표현인 diversification의 다른 번역)는 다악화(diworsification)”라고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투자 대가들의 상반된 조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는 그 답이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에 있다고 생각한다. 종목수가 늘어남에 따라 위험은 분산되지만, 동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거나 종목당 노력을 분산해야 한다. 종목당 노력을 줄인다면 그 가운데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종목도 생길 것이다. 그림을 보면 1종목에서 2종목이 되면 줄어드는 표준편차는 6.5%p, 5종목이 되면 5.3%p, 10종목이 되면 2.3%p로 종목수가 늘어날수록 위험감소효과는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종목수가 늘어날수록 관심이 분산되어 잘못된 판단을 할 확률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투자대가들의 조언은 “분산투자를 하되 능력범위 내에서 하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워렌버핏이 경영하는 벅셔헤서웨이의 주요 투자종목 수는 15개 내외이다. 그림에서 15개 종목 이상으로 분산해봐야 위험감소효과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워렌버핏은 위험분산효과를 최대한 향유하면서 능력범위 내에서 투자하고 있다. 피터린치는 마젤란펀드에 1,400여개의 종목을 편입하였다. 전업 투자자인 자신은 충분한 능력 범위 내이지만, 부업 투자자는 감당할 수 있는 숫자 내에서 분산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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