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열풍이다. 30년 전에 코인 투자한다고 하면 그 대상은 희귀동전이었는데, 지금은 가상코인이다. 희귀동전과 가상코인 투자에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가격이 본질가치에 비해 현저히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희귀한 100원짜리 동전이 있다고 하자. 이 동전의 본질가치는 얼마일까? 이 동전을 한국은행에 가져다주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100원짜리 동전으로 교환해주기 때문에 본질가치는 100원이다. 그런데, 이 동전은 동전 수집가 사이에서 수만 원, 수십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희귀 동전의 가격이 이렇게 부풀려질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는 수만 원, 수십만 원을 주고도 이 동전을 사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가상코인은 부풀려져도 너무 심하게 부풀려진 버블이 다. 가상코인 중 대표적인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0년에 비트코인 1만 개와 피자 두 판(30달러 상당)을 교환하는 거래가 성사되었다. 가격이 본질가치와 동일하다면 2010년에 약 3만 원이던 비트코인 1만 개의 본질가치가 10년 만에 약 5천억 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혹자는 비트코인이 달러화를 대체한다면 그만한 가치를 가질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것이다. 최근 여러 가상코인들의 시가총액이 달러화를 넘어섰다고 한다. 물론, 10년 전에 비해 가상코인이 결제에 이용되기는 하였지만, 그 정도가 지금 달러화와 비교할 수 있을 수준이겠는가? 도지코인은 가상코인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삼아 만들어진 코인인데, 지금 시가총액이 70조 원에 달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4위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60조 원이다.)

  가장 압권인 것은 약 1억 원짜리 유명 화가의 판화를 불태우고, NFT(Non 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를 약 4억 원에 판매한 사건이다. 이 퍼포먼스를 한 사람들은 “실물과 디지털 아트가 동시에 존재하면 실물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실물을 없애고 NFT로 만들면 그것이 유일한 진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NFT는 진품을 스캔한 복제본이다. 어떻게 복제본의 가격이 진품의 4배가 될 수 있는가?

  버블에서는 원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때는 튤립 뿌리 하나의 가격이 배 한 척의 가격에 육박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일본 부동산 버블 때는 “동경을 팔면 캘리포니아를 살 수 있고, 일본을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많은 코린이들은 가상코인이 버블인지를 알고도 투자 하고 있을 것이다. 버블이 터지기 전에 팔고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는 계속 팽창하며, 더 빨리 팽창한다. 그러니 지금이 큰돈을 벌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버블이 터지는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 누군가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버블은 팽창하며, 모든 사람들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미 터졌을 것이다. 그리고, 버블은 미리 신호를 주고 터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다 왔다고 생각해서 급하게 팔고, 누군가는 더 올라갈 것 이라고 생각해서 급하게 사기 때문에 버블은 터지기 전에 급등락을 반복한다. 버블 붕괴를 이번 급락이 촉발할지, 다음 급락이 촉발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버블 붕괴는 사후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다행히 터지기 전에 털고 나와서 큰돈을 벌었다고 하 자. 이것이 과연 축복일까? 몇 분 만에 수백만 원을 번 사람이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서 버는 월급에 만족할 수 있을까? 좀 더 변동성이 큰 투자, 레버리지가 큰 투자를 하게 되어서 결국에는 원금을 전부 날리지 않을까? (여의도에서는 신용으로 1/2 토막나면, 레버리지가 더 큰 선물로 1/4 토막나고, 마지막으로 레버리지가 훨씬 더 큰 옵션으로 전부 날리고 나서 한강으로 간다는 이야기 가 있다.) 99번 100% 수익을 올리더라도 마지막 한 번 100% 손실이 나면, 원금은 날아간다.

  이 과정은 카지노에서 큰돈을 번 사람이 결국에는 도박 중독으로 인생 파탄에 이르는 것과 비슷하다. 도박으로 큰돈을 벌게 되면, 뇌의 특정 부위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극도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은 마약을 복용할 때와 비슷해서 금단증상, 의존성을 가져온다.

  혹시 코인투자 또는 주식투자에서 큰돈을 벌어서 흥분해본 적이 없는가? 잠시라도 시세판에서 눈을 떼면 불안하지 않는가? 코인투자 또는 주식투자로 밤잠을 설치고 있지 않는가? 코인투자는 24시간 진행되니까 그렇지 않겠지만, 주식투자에서는 주말에 우울하고, 주식시장이 개장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설레지 않는가?

  만약 그러하다면, 이미 중독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필립피셔의 저서 중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라 는 책이 있다. 필자는 필립피셔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삶이 파괴되고 있다면 그것은 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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