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셨나요?” 수진은 역무원의 질문에 여러 생각을 한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역무원,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역무원. 그는 왜, 물었을까.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수진이 지하철을 타며 하는 생각들을 풀어낸 소설이다. 평온한 지하철과 달리 수진은 지하철이 전쟁터인 것처럼 행동한다. 남자는 수진을 쳐다 본다. 수진은 도망치고자 하는 욕구를 느낀다. 지금, 가면, 죽는다. 수진의 태도를 마냥 부조리한 말이라고 넘겨짚을 수 없다. 당연했다. 수진은 사회적 약자의 취급을 받고, 어 떤 일이든 우선순위가 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진과 밀접히 연결되기 시작한다. 수진은 잠재적이고 무자비한 상황에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그리고는 팩트로 지하철 내부를 바라본다. ‘승객 위험도’를 작성하는 일이란 그랬다.

  승객 위험도를 작성하며 주의해야 할 것은 간단했다. 티 나지 않게 눈알을 굴릴 것, 그럼으로써 자신을 인식하는 남자 1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 수진은 눈알을 굴리는 것에 대해 돌아간 렌즈를 돌리는 행위로 포장하고, 자리를 이동해야겠다는 생각에 지하철 냉방 핑계를 댄다. 수진이 하는 생각은 자신을 향한 합리화임과 동시에 남자1을 향한 합리화이기도 하다. 얼굴Ⅰ은 수진에게 “남자의 비위를 맞추면 네가 지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하며 수진에게 남자를 다시 관찰하게끔 한다.

  수진은 과거의 환영(幻影, 歡迎)을 떠올린다. 안평대전은 홈페이지에 걸린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두고 치렀던 내전이었다. 안파는 환영을 삭제할 것을 주장했고, 평파는 환영을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안파는 곁에 앉고 싶지 않은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제정했다. 평파는 모든 사람이 잠재적으로 위험할지라도 우리가 이를 배척할 권리는 없다 주장했다. 안파는 평파가 “평등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으로 드높이면서 안전은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이유는 그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여성이 느끼는 잠재에 대해 설명하는데, 여성들은 안파의 여성에게 화를 낸다. 남성의 공감을 ‘틀렸다’고 한 그녀 역시 여성을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전체를 꿰뚫기도 했던 이 구절은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변곡점을 제시한다.

  안파의 안전도, 평파의 평등도 모두 드높여져야 한다. 이 세계는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잠재적인 위험을 가르치고 있다. ‘묻지 마 사건’ 의 대부분 피해자가 여성인 이유는 무엇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에어팟 속 음악 소리를 크게 키울 수 없는 이유는? 심플했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다 목이 잘려도 결국에는 인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평등하게 환영하자는 말을 들으면 나라도 화가 나겠지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평파처럼 행동할 것이다. 내가 가진 성(性)은 남을 배척할 자격을 대변하지 않는다.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지하철을 벗어나,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환기하는 역할을 하는 글이라 느껴진다. ‘살아남는다’는 감각에 익숙해지지 않는 여성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 봐도 좋을 책이다. “살았다!”는 감각을 삶의 목표라고 치부하기는 어려울지라도, 하루의 목표 정도로는 정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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