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토),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해군과 육군에서도 성추행 사건 발생 이후 해당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군대 내 성폭력 처리 과정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지난 6월 17일(토) 국방부로부터 받은 ‘군 내부 성폭력 사건 처리현황’에 따르면, 피·가해자가 모두 군인인 성폭력 사건이 △2017년: 407건 △ 2018년: 412건 △2019년: 327건 △2020년: 455건으로 꾸준히 발생해왔다.

  이에 대한 이유로 군대 내 성폭력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제적 성적 접촉 피해를 경험하고도 병사가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29.5%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불이익이 두려워 서’가 38.1%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해군 성추행 피해자 유족은 상관이 고과점수를 안 줄 수 있다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혔다고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는 군 경력 및 복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또한 미비한 신고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실태조사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경력 및 지휘관(자)으로서의 역량/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항목에 간부(남군) 44.7%, 여군 51.4%가 ‘매우 그렇다’와 ‘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군대 내에서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보장이나 2차 피해 방지가 철저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항목에 병사 47.3%, 여군 64.5%가 ‘매우 그렇다’와 ‘어느 정도 그렇다’ 고 답했다. 여군의 경우, 군인권센터의 ‘군인권센터 202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대에서 떠도는 소문 등 2차 가해 염려로 인해 후속 상담을 주저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지속적인 발생에 대해 군 사법 체계에도 원인이 있다는 목소리 또한 이어졌다. 현행 군사법원 법에 따르면 군인이 연루된 범죄에 대해 최종심을 제외하고 1심은 보통군사법원이, 2심은 고등군사법원이 관할한다. 또한 △국방부 장관 △사령관 △책임지휘관 등이 군사 법원의 관할관을 맡는데, 해당 관할관은 군사법원과 군검찰을 모두 관리·감독하고 군 사법원의 재판관을 지정할 권한을 갖는다. 이어 관할관이 법관의 자격이 없는 일반 장교를 재판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심판관 제도도 있었다. 결국 △수사 △기소 △재판 등의 절차가 모두 군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폐쇄성으로 인해 군대 내 범죄 사건이 왜곡·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권 의원에 따르면 군사법원의 성폭력 범죄 기소율은 39.7%이지만 그 중 집행유예 비율은 42.9%에 달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 방혜린 팀장은 “실제 실형 선고율도 10%로 민간 법원의 2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며 “범죄 사실이 있기 전까지는 매우 성실하고 착했기 때문에 감경해 준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6일(목) 국방부는 ‘신고 전 피해자 지원 제도’를 다음달 1일(수)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를 통해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도 △심리상담 △의료 지원 △법률 조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 사실이 명백하거나 각 군 본부 양성평등센터 요청이 있는 경우 피해자의 정식 신고 없이도 사건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군 사법체계 지적에 대해 지난 24일(화)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군내 성범죄 △구타·가혹 행위 등에 따른 군인 사망사건 관련 범죄 △군인이 입대 전 저지른 범죄 등에 대해선 1심부터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법원이 관할하도록 한다. 기소도 군검찰이 아닌 민간검찰이 담당한다. 이어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평시 군사법원 사건의 항소심을 모두 민간 고등법원에서 관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군내 성폭행 및 사망사건 등을 제외한 비군사범죄와 군사반란·기밀 유출 등 군사범죄의 경우 1심은 보통군사법원에서, 2심은 민간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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