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토)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종양을 진단받은 강호덕 씨가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다. 신경내분비종양 치료법으로는 독일의 ‘악티늄 요법’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수입이 허가돼 있지 않아 치료의 한계에 맞닥뜨린 것이다. 강 씨의 부인은 “약 수입이 허가돼 남편이 한 번이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길 원했다”며 “남편과 같은 사람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희귀질환관리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고통받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2017년 ‘희귀질환 종합 관리계획’이 수립되면서 희귀질환 관련 정책 지원이 확대돼 왔다. 특히 희귀질환관리법은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인 희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사회적 부담을 감소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지난 2005년부터는 진료비 본인 부담이 높은 암 등 △중증질환자 △희귀질환자 △중증난 치질환자에 대해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이하 산정특례)’가 시행돼 환자 본인의 부담률을 경감해 주기도 했다. 이 중 환자가 ‘희귀질환 및 중증난치질환자’에 해당한다면 진료비 총액의 10%만 부담하는 등의 혜택을 마련했다.

  이렇듯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일부 희귀질환 환자들은 실질적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먼저 일부 희귀질환자는 정책 지원을 받기 위한 희귀질환 산정 및 산정특례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신의 질환이 대상 환자가 적은 극희귀질환이라는 등의 이유로 진단이 불명확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산정특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진단이 불명확하거나 경증과 섞인 진단명을 사용하는 질환은 희귀질환 미지정 사유가 된다”며 “희귀질환 미지정은 곧 환자들의 질병 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도 거듭된 문제로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의 ‘2019 희 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한 해 5만 5,499명의 희귀질환자가 발생했으며 등록된 희귀질환은 1,086여 종에 이른다. 그러나 희귀질환에 지정된 이후 치료에 필수적인 약제의 건강보험금 급여 등재가 지연되거나, 급여 지급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졌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국내 희귀의약품 지정·허가 및 급여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희귀질환의 약품의 보험 등재율은 5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권혁수 교수는 “낮은 급여 비율은 신규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국내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의약품 개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희귀질환 환자들의 고통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소수의 환자가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 비용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희귀질환 환자들은 특정 제약사의 독점 등으로 인해 국내산보다 고가인 수입 의약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식약처의 ‘2020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희귀질환 의약품의 92.7%가 수입 의약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대구로병원 은백린 교수는 “희귀 질환 치료제가 있더라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구매 가능한 경우에도 비급여인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희귀질환관리법의 문제점 및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 고 있다. 지난달 31일(화) 문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강선우 △김원이 △서영석 △신현영 의원과 함께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논의하다’ 온라인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강선우 의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희귀질환 약제의 예외성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방안이 필요하다”며 “모호하거나 제한적인 대상 기준보다는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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