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이준익 감독
'박열'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은 실존 인물이었던 독립운동가 박열의 일대기를 다룬다. 1919년 일본으로 가 무정부주의 운동을 하고, 비밀결사 단체인 흑도회를 조직한 박열은 천황 암살을 실행하려던 중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22년 2개월이라는 장기간의 옥살이를 치른 인물이다.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이자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인 ‘박열’의 전기가 스크린으로 옮겨진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그러하듯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배경과 사명감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20년대를 살아가야만 했던 청년들의 일상에 주목하고 있다. 잔혹한 고문 현장을 스크린에 옮기는 대신 익살과 유머를 더한다. 역사에서 알 수 있듯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던 인물 중 다수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다.

  주인공 박열(이제훈)과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 무정 부주의자로서의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가네코 후미코(최희서) 역시 22살과 21살에 불과하다. 이준익 감독은 두 인물에게 영웅적 서사를 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독립운동가로서 박열에 대한 모습을 결코 비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기꺼이 자유 의지에 의해 참여한 거사인 만큼 박열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불꽃처럼 타오른다.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혁명이라는 이름하에 암살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다. 영화의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재판 시퀀스 역시 그렇기에 실제 역사를 고증하여 박열의 배짱과 익살스러움을 동반한 돌발 행동으로 채워진다. 즉 영화 <박열>은 신분과 시대적 특수성에 매몰될 수 있는 일제 강점기 영화의 틀에서 최대한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서 박열이라는 인물의 사상과 행동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과 일본의 선악 구도를 택하는 대신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잊힌 박열 그 자체를 빛나게 그려내며 왜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지 상기할 수 있게 만든다. 박열 역의 이제훈과 후미코로 분한 최서희의 연기 역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이자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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