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선 감독

 

전화기와 컴퓨터 한 대면 충분하다. 2020년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금전 피해가 7,000억 원을 돌파했다. 누가 보이스 피싱에 속냐는 말을 하기에는 이 비대면 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커져 버렸다. 
  영화 <보이스>는 국내 최초로 보이스 피싱 범죄의 단면을 샅샅이 파헤친다. 사회 범죄를 다룬 영화이지만 동시에 범죄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김선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는 왜 보이스 피싱에 피해자들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전직 형사인 주인공 서준(변요한)은 건설 현장 직원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동료와 자신의 아내가 거대 보이스 피싱에 휘말렸음을 알게 된다. 혈혈단신으로 점조직으로 걸어 들어간 서준은 이내 중국 선양의 콜센터 본부 잠입에 성공한다. 서준이 잠입한 선양 콜센터는 지금까지 드러난 보이스 피싱 본거지를 기반으로 김선 감독의 상상력을 더했다. 작업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며 전략 회의도 이루어진다. 범죄를 저지르는 공간이라기보다 회사와 다름없어 보인다. 설계자 곽 프로(김무열)의 대사처럼 보이스 피싱 범죄는 조폭처럼 칼을 들고 가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우아하게 스스로 죽게 할 뿐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했던 만큼 영화는 서준이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물론 혈혈단신으로 선양의 본거지를 털어내는 서준의 히어로적인 모습이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피해자의 시선으로 영화가 진행되기에 이는 빠르고 통쾌한 스토리상 허용으로 다가온다. 현재에도 진행 중인 범죄를 다루는 영화이기에 장르적 상상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액션 신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렸다. 범죄 조직과 격투를 하는 장면도 여타 영화처럼 화려한 무술이나 액션 신을 쓰기보다 소위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난투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영화 <보이스>는 얼굴도 이름도 없이 전화선을 따라 자라나고 있는 현대판 악마의 실체를 선보이고 있다. 그 피해가 매해 불어나고 있는 만큼 혼자보다 어르신, 가족과의 관람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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