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알리 아바시 감독
'경계선' 알리 아바시 감독

   주인공 티나(에바 멜란데르)는 뛰어난 후각으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풍기는 냄새를 이용해 감정을 읽고 범죄자나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을 색출한다. 스웨덴 출입국사무소의 세관 직원인 그녀는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이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들이 국경을 건널 수 없도록 막아내고, 스스로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티나는 특별한 능력만큼이나 특별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뭉툭한 이마, 뭉툭 한 코 그리고 뭉툭하고 큰 몸은 사람들의 혐오의 대상이 된다. 못생겼다는 말이 더 익숙한 티나는 자연스럽게 혼자가 익숙하다. 그런 그녀 앞에 그녀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 보레(에로 밀로노프)가 등장하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녀의 경계선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티나는 보레를 통해 자신이 결함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 ‘트롤’이었음 알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존재인 트롤이라는 교집합 아래에 티나와 보레는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다. 영화 속 등장하는 티나와 보레는 같은 종이지만 상반된 존재이다. 이들에게는 사람 들이 정한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받아들이는 관점에 큰 차이가 있다. 티나는 문명화된 트롤이지만 보레는 인간에게 복수를 꿈꾸는 트롤이다. 티나 역시 인간들의 삶 속에서 혐오의 대상이 된 경험이 있지만 반대로 그런 그녀를 편견 없이 사랑해 준 이웃들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트롤이라는 정체성을 쫓을 것인지, 인간으로서의 명분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경계에 서서 티나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알리 아바시 감독은 티나의 경계선을 지우지 않는다. 소수자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그녀에게 동화되게 만들지 않는다.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연출하기보다 편견이 가득한 삶 속에서도 티나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든다. 영화 '경계선'은 소수자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연대를 그린다. 결국 인간 세계에 남지만 자신이 트롤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티나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연대란 스스로를 잃지 않음에서부터 시작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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