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수) KBS가 지난달 22일(토)부터 결방을 이어온 KBS1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 대한 3차 사과문을 발표하며 오는 26일(토) 방송을 재개할 것을 발표했다. 앞서 해당 드라마는 촬영 중 말의 무리한 낙마 장면으로 동물 학대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촬영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한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제작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촬영 중 동물의 안전 및 복지를 보장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19일(화) 동물자유연대가 지난달 1일(토) 방송된 ‘태종 이방원’ 제7화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을 통해 동물자유연대는 “낙마 장면에서 말의 몸체가 평지로부터 90도 가까이 들린 상태로 머리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됐다”며 말의 상태와 해당 장면의 영상 원본을 요구했다. 이후 공개된 촬영 현장 영상 속에서는 말의 다리에 묶여있던 와이어를 제작진들이 말이 달리던 도중 잡아당겨 말과 탑승 중이던 스턴트 배우 모두 크게 넘어지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러한 장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KBS 측은 지난달 20일(목) 1차 사과문을 통해 촬영 당시 해당 사고가 발생했음을 시인했다. 또한 KBS는 사고 직후 말에게서 외견상 발견된 부상은 없었으나, 촬영 일주일 후 말이 폐사했음을 밝혔다. 이에 KBS는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해당 사고가 일종의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자유연대를 포함한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해당 드라마의 촬영 책임자 및 제작사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실제 동물보호법 제2장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는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동물 학대 등을 금지하고 있다.
  촬영 중 발생한 동물 학대 논란은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 제작을 위해 미디어 종사자 1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1%가 출연 동물의 안전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했다. 더불어 응답자 중 8%는 ‘촬영 시 고의로 동물을 다치게 한 것을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또한 지난달 26일(수) 100여 개의 동물권 보호단체는 KBS드라마센터 앞에서 ‘KBS의 관행적 낙마 동물 학대를 추가 고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며 ‘정도전’, ‘연모’ 등 드라마 속 낙마 장면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촬영 중 동물 학대 문제가 이어지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디어의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가 촬영 현장에 동물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답했다. 동물자유연대는 KBS 또한 사건 당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KBS 윤리 강령을 통해 동물을 이용한 촬영 시 동물의 안전 보장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방송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소규모 미디어에서도 정부 차원의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1인 미디어의 경우, 촬영 동물의 복지 및 안전을 위해 숙지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미흡하다. 실제 지난 2020년 5월에는 유튜브 채널 ‘갑수목장’이 동물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반려동물을 굶기는 등 동물을 학대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본지 1248호 ‘조회수가 만든 비극, 동물 유튜버가 낳은 논란’ 기사 참조). 이에 지난달 25일(화) 농림축산식품부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영상에 출연하는 동물의 보호와 복지 규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원일 농업생명정책관은 “각종 미디어 매체에 출연하는 동물의 보호는 제도적 관심이 부족했다”며 “영상 및 미디어 촬영 현장이 동물보호·복지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감대 조성과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10일(월) 게재된 국민청원인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의 청원자는 ‘영상제작 동물복지기준 법제화’ 및 ‘촬영 현장 동물복지 전문가 입회 제도’ 등이 포함된 5가지 요구안을 청원에 명시했다. 지난 10일(목) 기준 16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해당 청원은 오는 20일(일) 마감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