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 감독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소재를 한국판 <굿 윌 헌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 상위 1% 자사고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지우(김동휘)는 고액 과외를 할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늘 하위권의 성적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지우를 괴롭히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수학이다. 설상가상으로 내신이 하위권에만 머물자 담임선생님은 지우에게 전학을 권한다. 그의 성적은 240명중 238등으로 쉽사리 반전을 꾀하기 어려운 점수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 지우는 학교 경비원이자 탈북민인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의 정체를 알게 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인간을 이롭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수학’이 남과 북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아이러니하게 쓰이는 현상을 꼬집는다. 수학이 대학 입시의 수단이자 도구가 되어 버린 채 과정이 아닌 정답을 찾는데 찌들어 버린 한국과 이학성의 능력을 군사 목적에 사용하고자 하는 북한의 현실은 지우와 학성을 시들게 만든다. 이념과 살상보다 그저 수학적 자유를 찾기 위해 탈북한 학성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그 비현실성이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따뜻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과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가슴 따뜻한 영화이다. 결국 지우의 부탁을 떨쳐내지 못한 학성은 지우의 비밀 과외를 시작한다. 정답보다 중요한 것은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학성의 말처럼 지우는 학성과의 비밀과외가 거듭될수록 큰 성장을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지우는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학성의 지도 아래 세상에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주입식 멘토 멘티가 아닌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영화는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굿 윌 헌팅>을 생각나게 하는 면모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친숙하다. 극 후반부에 진입하게 되며 학성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연설 장면은 특히 엄청난 에너지로 다가오고 있다. 학생과 어른이라는 경계를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과연 정답을 찾는 것 단지 그 뿐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또한 수학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과형 맞춤 영화를 생각했다면 이 작품은 두 인물과 학생들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소 잔잔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굵직굵직한 갈등과 갈등의 해소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수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수학 전문 지식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3.1415926535897…’.라는 친숙한 파이 개념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변주하여 계이름으로 바꾼 부분이 영화의 친숙함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오일러 공식과 리만 가설 등 어려운 수학 개념들도 수학을 넘어 예술적 미학으로 표현하며 영화로서의 볼거리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공식처럼 완벽한 짜임새로 전개 되지는 않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한 편의 울림을 주는 영화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대선배 최민식과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꿰찬 김동휘의 연기 앙상블도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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