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이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번아웃 증후군을 겪습니다. 초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학생 여러분들은 직/간접적으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라는 절대 명제에 세뇌된 채로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이 도착한 ‘대학’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에게 어떠한 명쾌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4년간의 추가적인 노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진로 탐색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오로지 높이 올라갈 것이 맹목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부분 학생이 앞(대학교 입학)만 보고 달리기 때문에 자신이 달리는 이유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된 이후에 자유가 주어지면, 자신이 달리는 이유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달려야 될 이유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달리기 시합’을 그만두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4년만 더 달려보자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달리기 시합’에서 내려와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더 이상 달려야 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달리기 시합을 그만두고 나서는 하고 싶은 일(컴퓨터 게임)을 마음껏 하였습니다. 하루에 16시간씩 게임을 하였고,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프로게임팀으로부터 입단을 제의받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루에 16시간씩 해도 지치지 않는데, 온종일 그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직업이 있다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제가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입니다. ‘나’라는 사람은 무엇인가를 끝까지 탐구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feat. LoL 솔로랭크...?). 세상의 많은 일들은 공정하게 흘러가지 않으며, 본인이 원하는 것을 끝까지 탐구하는 것에 대해서 기다려주는 직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게 대학교를 입학하고 방황하다가 ‘연구’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는 게임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많은 연습, 끊임없는 탐구, 타인과의 공정한 경쟁 등이 적절하게 배합이 되어있습니다. 연구를 접하기 전인 2010년에 저는 평범한 1점대 학점(?)을 가진 대학생이었습니다. 연구를 처음 접한 이후로 끊임없이 진리 탐구에 대한 갈망을 이어 왔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지치지 않고 연구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2017년 Yale 대학과 2020년 MIT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쳐서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치면 쉬어야 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면 그것을 탐구해야 합니다. 억지로 참으면서 ‘남들이 달리니까 나도 달린다’라는 생각으로 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큰 고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된다면,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잣대를 목표로 삼아서 달리는 것을 멈추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은 ‘직업’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떠한 일(예: 게임, 연구, 독서, 운동, SNS 등)을 하면 돈을 주지 않아도 밤새워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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