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에게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사랑이 무엇인가’였습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던 이 질문을 가까운 이들에게도 던졌습니다. 각자 자신을 담은 답변을 해 주더군요. 사랑은 ‘그것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 ‘유일한 관심’, 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 등. 본인들이 사랑이라 생각하는 어떤 마음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제게 사랑일지도 모르는 존재들을 떠올렸습니다. 먼저 부모님을 떠올려 봅니다. 저에게 교감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반려견 ‘봉구’도요. 다음은 신뢰하는 친구들 몇입니다. 감히 법보다도 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학원에서 제게 배우는 학생들이 머릿속에 일렁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서투르고 솔직한 속을 마주할 때마다, 조금 흔들리지만 예쁜 우주들이 제게까지 밀려옵니다.

  그 밖에도 있습니다. 어떤 ‘냄새’들에 관한, 조금은 가벼워 보일지 모르는, 하지만 사랑일지도 모르는 것들입니다. 북적해진 우리 학교에서 풍기는 학교 냄새가 먼저 떠오르네요. 저도 모르게 설레는,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높은 기분을 줍니다.

  계절 냄새도 제게는 사랑일지 모릅니다. 여름밤은 달큰한 풀 내음을 주곤 합니다. 한낮엔 높은 하늘, 그리고 그것과 대비되어 새하얗게 나부끼는 구름이 있어요. 가을은 한 김빠진 세상이 내뱉는 바람의 냄새가 있습니다. 겨울은 또 어떠한가요.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익숙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냄새가 떠오릅니다. 추위가 살갗을 부비는 계절이지만,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그들의 집 냄새가 담겨 포근한 체취가 느껴집니다.

  지난해에 저는 결국,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이슈를 그저 사적이고 뜨거웠던 감자로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한때의 뜨거운 사색을 모두와 나누고 있는 지금의 저는 조심스레 “유레카”를 외치겠습니다. 사랑은 ‘의미’입니다. 제가 죽어 있지 않게 하는 삶의 이유이고, 내일을 기대하게 해 주는 그 어떤 존재네요.

  저에게 봄은 미적지근함과 어리숙함의 계절이에요. 그렇지만 사실 다가올 봄에는 의미를 찾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더 많은 의미를 만들어 사랑하겠습니다.

  이 시간, 추억이 담긴 편지에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의미를 찾고 내일을 기대하세요.

  그러니까,

  사랑하세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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